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규제혁신포럼이 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플랫폼 자율규제의 답을 찾다’ 세미나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윤석열정부는 민간이 앞에서 이끌고 정부는 뒤에서 지원하는 플랫폼 자율규제를 예고했다. 하지만, IT 현장에서는 과거 정부 때처럼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방식의 관(官) 주도 규제에 대한 걱정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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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주도 논의에 ‘무늬만 플랫폼 자율규제’ 비판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기업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디지털 플랫폼 자율기구 법제도 태스크포스(TF)’를 지난 7월 발족했다. 네·카·쿠·배·당(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등 국내 IT 플랫폼 기업도 TF에 참여했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과 관련된 구체적인 자율규제 방향·대상·방식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민간이 아닌 정부주도로 갈 경우 IT 산업의 특성이 무시된 채 ‘무늬만 자율규제’가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계 교수와 함께 TF 위원을 맡고 있는 선지원 광운대 법학부 교수도 “해외를 보면 변화하는 산업에 일률적인 규제를 하면 실효성은 떨어지고 갈등은 커졌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미국의 디지털 광고 연합(DAA)은 자발적 자율규제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을 추진했다.
관(官) 위주로 규제가 마련될 경우 네·카·쿠·배·당 등 국내 플랫폼 기업만 힘들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TF 위원인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한국 플랫폼 기업들이 겪을 수 있는 자율규제 역차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 주도 가이드라인을 밀어붙이면, 구글·메타(옛 페이스북) 같은 해외 기업은 이를 지키지 않고 국내 기업만 족쇄를 거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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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주도로 가고, 구글·메타도 자율규제 동참해야”
전문가들은 플랫폼 자율규제를 제대로 추진하려면 우선 플랫폼 자율규제 기구부터 민간 중심으로 갈 것을 제기했다. 김현경 교수는 “온라인의 역동성을 고려할 때 정부 주도형 자율규제기구로 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 한국온라인쇼핑협회(KOLSA)과 같은 위상·요건을 가진 ‘산업계 주도 설치형 자율규제기구’로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기존의 규제 위주의 법안 내용대로 가면 너무 많은 국내 플랫폼 기업의 활동을 제한하고 산업을 전반적으로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자율규제 논의가 과거 문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외국의 플랫폼 규제가 규제 대상을 엄격하게 한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율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자율규제의 논의가 기존의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이라는 강제 규제 선상에서 방법만 바뀌면 안 된다”며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무엇을 왜 하는지,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합의를 먼저 하고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