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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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가 내년 세출 예산의 40% 이상을 1분기(1~3월)에 쏟아붓기로 했다. 5년 만에 가장 높은 배정률이다. 연초에 재정을 대폭 당겨 투입해 최근의 경제 온기가 이어지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고려해 재정을 통해 연초 경기에 불을 지피려는 정치적 포석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8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8년도 예산 배정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기재부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친 내년도 전체 세출 예산 368조 6463억원의 41.1%인 151조 3523억원을 내년 1분기에 집중적으로 배정했다. 이는 1분기 배정률로는 2013년(45.1%) 이후 5년 만에 최대다.
2분기(4~6월)에도 전체의 27%인 99조 4130억원을 배정해 내년 상반기에만 세출 예산 68.1%를 풀기로 했다. 상반기 배정률은 올해(68%)와 비슷한 수준이다. 조용범 기재부 예산총괄과장은 “양질의 공공 일자리를 확충하고 일자리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일자리 예산을 내년 상반기에 76% 수준까지 중점적으로 배정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78조 3183억원(21.2%), 39조 5627억원(10.7%)을 배정했다. 뒤로 갈수록 배정률이 낮아지는 것이다.
예산 배정은 정부의 자금 사용 계획이다. 각 부처는 그 한도 안에서 기재부 국고국이 나눠주는 자금을 받아 실제 사업비를 지출한다.
과거에도 정부는 연초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고 연말로 갈수록 배정률을 줄이곤 했다. 경기가 상반기에 나빴다가 하반기에 차츰 회복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내년 1분기에 이처럼 예산을 집중적으로 배정한 것은 내년 6월 지방선거라는 정치적 일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연초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 여당 표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재정을 통한 경기 보강 역할을 강화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