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고통은 결국 환자 몫”…제도·입법 마련 요구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의료공백 반복 안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설문조사 결과 발표
“췌장암 환자 67% 진료거부·51% 치료지연 경험”
  • 등록 2024-06-05 오후 6:46:22

    수정 2024-06-05 오후 6:46:22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정부와 의료계의 장기 대치 속 환자단체가 “고통받는 것은 결국 환자”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의 한 대학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 전공의들이 들어가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와 의사 힘겨루기가 끝나도 고통받는 것은 결국 환자”라며 “정부와 의료계의 강 대 강 대치 속에 환자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국민은 불안감과 피로가 쌓여간다”고 토로했다.

연합회는 정부가 병원장과 전공의에 내린 행정 명령을 전날 철회한 것을 두고 “정부의 결정을 환영할 수도, 비판할 수도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지금 정부가 행정명령을 철회해 일부 전공의가 의료현장에 복귀한들, 그것이 환자들에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전공의 복귀는 기존의 부실한 의료체계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이번 의정갈등에 대해 “그간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얼마나 부실했는지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며 “환자단체연합회는 ‘제발 숫자가 아니라 환자를 봐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의 생명은 강 건너 불 보듯 여기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비판했다.

연합회는 “필수·지역의료 관련 문제적인 시스템을 개선할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미래에 배출될 의사 수를 늘리는 데에만 골몰하는 정부의 행태는 집착에 가까웠다”고 꼬집었다. 의료계를 향해서도 “사직과 휴진, 원점 재논의 요구, 총파업 예고로 나아간 의료계의 행태는 환자와 국민에 대한 협박으로 느껴진다”고 쓴소리 했다.이어 “이제 2025년 의대정원 증원 규모가 사실상 확정됐으니 정부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전공의들은 복귀 시 행정처분을 받지 않게 됐다”며 “이로써 환자를 앞세워 진행된 100일이 넘는 의정갈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는 의료공백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입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며 “‘환자중심의료’가 환자를 가운데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싸우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의미로 해석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도 같은 날 환자 피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환자 중심의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협의회가 췌장암 환자 281명 대상으로 실시한 2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의료 공백으로 진료 거부를 겪었고, 51%는 치료가 지연됐다고 답변했다. 앞서 암 환자 189명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6%가 의료공백으로 인해 진료 거부를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또 43%의 환자들이 항암 치료가 지연됐다고 응답한 바 있다.

협의회는 “더 이상 환자를 의정 갈등의 도구로 쓰는 것을 멈추고 의료 공백을 막을 실효적 제도 재정비에 주력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형 병원 병상수 축소 △수도권 병상 허가 재검토 △필수 의료 전공의 비중 심화 △비대면 진료 공공 관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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