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기술·공급망 패권 경쟁서 역할 강조
바이든 정부는 이번 SK그룹의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최대 2만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는 한편 반도체와 배터리 등 미래 산업에서 기술 패권과 공급망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강조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면담에서 “과거에는 이런 기술 투자가 중국에 갔지만 이제는 미국으로 오고 있다”며 “미국은 첨단 기술의 핵심 목적지”라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화상 면담에 앞서 최 회장의 영어 이름인 ‘토니(Tony)’를 부르며 친근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반도체는 이미 공급망 재편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거세지고 있고 배터리 시장에서는 중국이 가장 큰 시장으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미국이 성장성이 가장 큰 시장으로 떠오르며 배터리사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배터리 시장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마저 미국에 공장을 짓기 위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미국으로서는 이를 견제하기 위한 기술·공급망 협력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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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이번 투자도 이 세 분야에 집중해 진행키로 했다. 220억달러 중 가장 많은 규모인 150억달러는 반도체 연구개발(R&D) 협력과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 설립에 투입한다. 세포와 유전자 치료제 분야에 20억달러, 첨단 소형원자로 등 그린 분야에는 5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는 70억달러의 투자가 진행 중이다.
SK그룹은 반도체 R&D 투자가 단순히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만 그치지 않고 SK하이닉스의 기술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모리 등 한국의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면 국내 배터리 소재 관련 기업이 함께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 부가가치를 낼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북미 시장을 새로운 사업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평가다.
미래산업 거점으로 美 선택…공략 가속화
바이든 정부는 그간 미국 내 투자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관세 혜택을 강화하는 등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2025년 발효하는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을 고려해도 국내 배터리사 등은 북미 지역에 생산 거점을 두는 것이 유리하다. USMCA상 완성차업체가 무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주요 소재·부품 75% 이상을 현지에서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SK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부터 미국 시장에서 지분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K온과 글로벌 완성차업체 포드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인 ‘블루오벌’은 올해 공식 출범했다. 블루오벌은 두 회사가 각각 5조1000억원씩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테네시주에 1개, 켄터키주에 2개의 배터리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SK E&S도 미국의 청록수소 기업 모놀리스 머티리얼즈에 2500만달러를 투자했고 SK이노베이션은 생활폐기물을 가스화해 합성원유를 생산하는 펄크럼 바이오에너지에 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SK루브리컨츠는 액침냉각 시스템 전문기업인 미국 GRC에 2500만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SK지오센트릭도 미국 플라스틱 재활용 업체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에 5500만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