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 2부는 최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인사 10명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배당 받고 수사에 나섰다. 앞서 국민의힘은 청와대가 박근혜 정권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 수백 명에 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해당 인사들에게 사퇴를 종용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법조계는 이미 유죄가 확정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주목한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 사표를 종용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청와대가 새 임원 후보자를 추천하는 이메일과 문건, 내정된 인사가 채용 과정에서 떨어지자 청와대에서 관계자들을 불러 질책한 정황 등을 포착했다. 해당 문건들은 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법정에서도 대부분 주요 증거로 인정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가 들여다보고 있는 산업부·교육부·통일부 블랙리스트 의혹도 부처의 장·차관들이 산하 공공기관장들을 압박해 사표를 받았다는 점에서 앞선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결국 이 같은 행위를 총괄·지시한 ‘윗선’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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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검찰은 지난달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데 이어 이날 백 전 장관을 전격 소환하면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압수수색영장에는 산업부 관계자들이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산하 기관장들에게 부당한 인사 압력을 행사했다는 직권남용 혐의가 기재됐다. 검찰은 이 같은 행위는 백 전 장관 개인의 일탈이나 자의적 행동이 아닌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의 칼 끝이 전방위로 향하면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인 임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연루 사실이 드러나면 문재인 전 대통령도 검찰 조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들 행위를 직접 지시했거나,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사안을 인식하고 묵인했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체제하에서 특수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들이 주요 보직에 전진 배치된 만큼 검찰의 수사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본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권력형 비리 같이 어려운 수사는 검찰의 의지에 따라 수사 결과가 크게 좌지우지 된다”며 “검찰이 야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강수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수사 성과 도출에 대한 자신감과 의지가 충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