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29년간 한국과 중국은 가까운 이웃 국가로 안보,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왔다. 한중 교역 규모는 한국 통계 기준 수교 전인 1991년 44억달러(약 5조1290억원)에서 지난해 2415억달러(약 281조5100억원)로 50배 넘게 늘었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도 함께 논의해왔다.
갈등도 있었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한중은 충돌을 빚기도 했다. 한중 관계가 발전하기 위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는 무엇이 있을까.
“한국 내 반중 감정 미디어 영향 커”
중국 베이징의 한반도 외교·안보 전문가로 손꼽히는 문일현(사진) 정법대 교수는 24일 한중 수교 29주년을 맞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1992년 한중 수교는 현명하고 시의적절한 판단이었다”며 “수교가 되지 않았다면 중국이라는 거대하고 발전하는 열차에 우리가 올라타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교수는 “북한 핵문제를 넘어선 동북아의 집단 안보체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며 “진영 논리로만 보지 않고 동북아를 하나의 구성으로 보고 함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을 지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드 배치 이후 경색됐던 한중 관계는 최근 몇년간 다시 완화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코로나19 발발 이후 한국인들의 반중 감정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한국 2030세대들이 일본보다 중국에 대한 감정이 더 좋지 않다는 최근 여론조사는 국내 뿐 아니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도 주목할 정도다.
“사드 이후 중국에 대한 감정이 악화된 건 맞습니다. 인식의 차이가 있지만 미디어의 영향이 컸고, 미디어가 바람직한 스탠스를 유지한다면 풀 수 없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큰 흐름에서 보면 양국 관계에 크게 악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회의적입니다.” 문 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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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교수는 시 주석 방한의 데드라인을 11월 초라고 봤다. 문 교수는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최대 관건이지만 또 하나는 중국이 시 주석의 방한 득실을 계산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난 5월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 쪽으로 움직인 한국과의 관계를 원위치로 되돌리는 계기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10월쯤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를 열고 20차 당대회의 권력구도를 대충 그리고 나면 해외 순방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만약 11월 초가 넘어가면 한국도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기에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한국 정치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한중 수교 29주년을 기념해 우리 정부에 중국과 전략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 것을 조언했다. 그는 “중국을 단순한 경제적인 협력국으로 이해 득실만 따지지 않길 바란다”며 “동북아를 넘어 동아시아 전체라는 지역 차원에서 한중이 전략적으로 협력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고 전략적인 협력구도를 만들어가는데 앞장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