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파면] 어두운 계단 걸어내려간 자유한국당

  • 등록 2017-03-10 오후 12:20:35

    수정 2017-03-10 오후 12:29:10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헌법재판소가 10일 오전 11시 21분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자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6층 복도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이곳에는 비상대책위원장실과 회의실이 있는 곳이다.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제2회의실에 모여 인용과 기각의 경우를 각각 가정해 기자회견문 두가지를 작성했다. 이들은 11시부터 제2회의실에서 TV를 통해 선고 결과를 지켜봤다. 회의장 내부는 선고 직전 사진과 영상 기자들에게만 잠시 공개됐고 이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선고 직후 적막을 깬 것은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 이었다. 김 대변인은 반투명처리된 복도 끝 유리 문을 열고 나와 나와 “(인 위원장이) 4층에서 브리핑을 하겠다”고 알렸다. 잠시 뒤 젖혀진 문으로 흰 머리를 가르마 타 빗어넘긴 인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정 양복에 검정색 줄무늬 넥타이를 한 인 위원장은 유리문 앞에서 잠시 자신의 방을 돌아보더니 느린 걸음으로 문을 나섰다. 입술을 굳게 다물어 볼에 다소 주름이 잡힌 상태였다. 고개는 들었지만 시선은 바닥을 향했다.

인 위원장은 희미하게 불이 켜진 계단을 통해 느린걸음으로 4층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했다. 붉은 넥타이를 한 정우택 원내대표와 붉은 계열 셔츠를 입은 이현재 정책위의장, 이주영 의원이 줄지어 인 위원장을 따랐다.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4층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인 위원장은 느린 걸음으로 연단까지 이동했다. 30여대의 카메라가 하얀 불을 뿜어내며 인 위원장의 발걸음을 하나하나 기록했다. 연단 앞에 선 인 위원장은 잠시 정면을 바라봤다. 왼쪽에는 정 원내대표와 이현재 정책위의장 김미영, 장능인 비대위원, 박맹우 사무총장 등이 굳은표정으로 도열해 섰다.

박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지 10분여가 지난 11시 32분 인 위원장은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이라는 말로 기자회견문을 읽어갔다. 평소보다 느린 속도였다. 그는 “자유한국당은 헌법재판소의 고뇌와 숙의를 존중하고 인용결정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말해 헌재 결정 승복 의사를 밝혔다. 이어 “집권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고 말한 뒤 연단 옆으로 나와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5분여의 입장표명을 마친 인 위원장과 당 지도부는 다시 6층으로 이동했다. 별다른 추가 브리핑 없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올 때보다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옮겼다. 인 위원장의 모습을 담고 추가로 질문하려는 기자들이 엉켰지만 인 위원장은 별다른 발언 없이 자신의 방으로 이동했다. 인 위원장이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데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비공개로 진행된 탄핵선고 시청 상황에 대해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처음 주문을 읽었을 당시 복권 숫자 3개가 연달아 맞은 것처럼 다소 술렁거렸다”면서도 “당 지도부는 차분한 표정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탄핵사유 중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 언급하기 전까지 다른 위헌 사유에 대해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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