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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10월 삼성전자는 미래 먹거리로 △태양전지·연료전지 등 에너지 △바이오·헬스 △로봇 △프린터 △시스템LSI(비메모리) △와이브로(WiBro·무선 광대역 인터넷 기술)을 6대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하고 과감한 투자와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신수종 사업을 발표한 지 10년이 가까워지면서 6대 사업 가운데 일부는 성과에 따른 옥석이 가려지고, 산업기술 변화로 벌써 사양화 산업의 길에 접어든 분야도 나오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12일 “삼성전자가 2007년 10월 미래사업으로 6대 신수종을 키우겠다고 발표했지만 그동안 산업 기술과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새로운 사업분야로 재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프린터매각 추진 등 기존 신수종 지지부진
최근 매각설이 불거진 프린터사업은 1984년으로 삼성전자가 미국 휴렛팩커드(현 HP)와 합작해 자본금 81억원 규모로 ‘삼성휴렛패커드’를 설립한 것이 시작이다. 삼성전자는 이후 자사가 보유한 삼성휴렛팩커드 지분(45%)를 모두 HP에 넘겼지만, 2000년대 이후에도 레이저 프린터를 중심으로 자체 사업을 강화해왔다. 특히 2007년 6대 신수종사업 발표 당시 주우식 부사장은 세계 프린터 시장 규모가 매년 3.9%씩 성장할 것이라며 이 분야를 새로운 수익원이라고 강조했다.
6대 신수종 중 하나인 와이브로도 2006년 6월 KT와 SKT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서비스이지만 2012년을 전후해 ‘LTE’(Long Term Evolution)가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사양사업으로 전락했다. 로봇청소기를 내세웠던 로봇분야나 태양전지·연료전지, 시스템LSI 분야 등도 현재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IT 신기술은 보통 ‘태동기→거품기→거품제거기→재조명기→안정기’ 등 5단계를 거치는데 신수종사업이라면 5~10년을 내다보고 태동기부터 꾸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삼성전자가 당시 거품기에 해당하는 소위 ‘뜨는 분야’를 신수종으로 선정해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전장·스마트폰 혁신 기능 등 차세대 신수종 꼽혀
삼성전자가 기존 신수종사업 재편을 통해 앞으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부품’과 ‘스마트폰 혁신 기능’ 등이 꼽힌다.
스마트폰 혁신 기능 분야도 삼성전자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사업을 하드웨어에서 그동안 약점을 보였던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아우른다는 구상이다.
‘갤럭시노트7’에서 첫선을 보인 ‘홍채 인식’이나 지문 인식 등 생체 인식 기술과 급속 충전, 엣지 디자인 등은 자체적으로 기술개발에 투자한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생체 인식 기술은 ‘삼성 페이’ 등 금융결제 서비스와 연동되는 핵심 분야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기존 신수종 사업을 대체할 새로운 산업육성에 공을 들이는 것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10~20년 뒤 미래 먹거리를 키우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유연성과 확장성을 가지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