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월호 피해자 상처 헤집는 악플러들

  • 등록 2014-05-08 오후 5:21:31

    수정 2014-05-08 오후 5:21:31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성금 되돌려 드릴게요. 제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등 인터넷 댓글들이…. 학생들에겐 미안하고 마음만 고맙게 받겠다고 전해주세요.”

세월호 침몰 사고로 가족을 잃은 조모(7)군의 사연을 기사로 소개한 이후 많은 독자들이 조군을 돕겠다고 연락을 취해왔다. 병원비나 생활비를 지원하고 싶다는 이들부터 아이를 돌봐주겠다는 이들까지 도움의 종류도 다양했다.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왔지만, 누군지 모르는 이들에게 조군 측 연락처를 알려줬다가 또 다른 피해를 입힐까 우려스러워 메일을 받을 때마다 조군을 보호하고 있는 외삼촌 지모씨에게 의사를 물었고, 그때마다 그는 “마음만 받겠다. 걱정해주는 이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해달라”고 간곡히 사양했다.

유일하게 그가 도움을 받아들인 것은 서울대 미대 동아리인 미크모 학생들이 승객을 구하다 세상을 떠난 고 박지영씨의 이름으로 전달한 성금이었다. 지씨가 이 성금을 받아들인 이유는 ‘유독 형을 잘 따랐던 아이인데, 형을 잃은 아이에게 또 다른 형, 누나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보도 이후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에 충격을 받은 지씨는 성금을 되돌려주고 싶다는 의사를 기자에게 전해왔다. ‘로또 맞았다’, ‘친척이 돈을 받아 아이를 위해 쓰겠느냐’ 는 식의 악플들 때문이었다. 악플러들은 별 생각 없이 올린 글이었겠지만 생업을 포기하고 조카를 돌보던 지씨에겐 큰 상처였다.

비단 조군의 사례뿐만이 아니다. 많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사고로 인한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인터넷 악플에 또 다른 상처를 입고 있다. 악플의 수위는 필설로 옮기기 힘들 정도다.

도를 넘어선 악플은 ‘장난’이 아닌 ‘범죄’다. 서울경찰청과 사이버수사대는 ‘일간 베스트(일베)’ 게시판에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 여학생과 여교사 등을 소재로 음란성 게시물을 올린 20대와, SNS에 ‘잘 죽었다’는 글을 올린 중학생을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장난으로, 관심을 끌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올린 글이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겐 상처를 헤집는 범죄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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