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 대부분 올해 상반기 주식과 채권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상황에서 유일하게 대체투자 부문에서 플러스 수익률이 나왔지만, 최근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자산에서 부실 징후가 감지되면서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신임 최고투자책임자(CIO) 인선과 정권교체기가 맞물리면서 더욱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통해 손실에서 벗어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분위기다.
잇따른 마이너스 실적에 긴장하는 큰손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연기금인 국민연금을 포함해 대다수 연기금과 공제회들이 올해 상반기 대체투자 부문을 제외한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에서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의 고강도 긴축 움직임에 대체투자조차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 올해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거의 모든 자산군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대체투자만이 유일한 구원투수로 꼽히지만, 기관투자가들은 이마저도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 국내 증권사나 운용사들이 해외에 투자했던 실물자산들의 부실 가능성이 속속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혼란한 시장 상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커지면서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중시하는 기관투자가들의 타격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해외 투자상황 관리를 강화한 것처럼 시장에서는 이미 하나둘씩 채무불이행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신규 딜은 물론 셀다운(재매각)조차 어려운 상황이라 대체투자에 조심스러워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체투자와 해외주식 덕분에 높은 수익률을 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인상 등으로 얼어붙은 시장 탓에 마이너스 수익률도 예상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올초부터 교직원공제회·행정공제회·과학기술인공제회·공무원연금 등 상당수 CIO가 바뀌고 정권까지 교체되면서 보수적인 투자 기조가 강화하기도 했다.
다만, 기관투자가들은 회원들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 수익을 위해서라도 대체투자 자산의 옥석 가리기를 통해 하반기 수익률 방어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특히 물류·데이터센터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게 점쳐 이미 가격이 치솟을 대로 치솟았지만, 여전히 인기가 뜨겁다.
다른 공제회 관계자는 “정부가 바뀌면서 지난 5~6월엔 인수합병(M&A) 시장이 ‘올스톱’된 분위기였다”며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하반기엔 공격적인 투자를 지양하고 안정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투자전략을 재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격이 높더라도 해외 오피스나 리테일처럼 변동성이 큰 자산보다 물류·데이터센터와 같이 유망한 섹터를 우선 검토할 예정이며, 미국과 유럽 인프라 투자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