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커피값 너무 비싸" 2년만에 출근한 미국인들 '쇼크'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디자이너 에디스 제이콥슨(29)씨는 볼티모어의 집에서 워싱턴DC 회사로 주 3일 출근한다. 과거엔 그가 타는 스바루 차량에 휘발유를 가득 넣는데 45달러(약 5만5700원)가 들었지만, 이제는 거의 70달러(약 8만6600원)어치를 넣어야 한다. 점심 식사비도 올랐다. 그전에는 10달러(약 1만2400원)면 점심을 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15달러(약 1만8600원)는 있어야 한다.

(사진= AFP)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미국 기업들이 사무실 복귀를 추진하면서 근로자들이 물가 상승에 따른 ‘스티커 쇼크’를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티커 쇼크란 소비자가 상품에 붙은 높은 가격표에 받는 충격을 말한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출퇴근에 드는 비용이 상승한 것은 물론이고 커피와 샌드위치 가격도 2년 전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무실이 닫혔을 당시보다 훨씬 비싸졌다. 사무실에 출근하기 위해선 자녀나 반려견을 돌봐줄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데, 인건비가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이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저울질하던 미국 보안소프트웨어업체 노우비4는 올해 초 결국 1500명의 직원들에게 무기한 원격 근무를 허용했다. 직원들이 물가 상승과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관리자에게 계속해서 재택근무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구인난이 심각해지면서 평균 급여가 올랐으나, 물가가 더 빠른 속도로 급등하면서 실질임금은 오히려 떨어졌다.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8.5% 급등했다. 이같은 물가 상승률은 1981년 이후 최대치로, 지난해 말부터 매달 4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갤런당 4.33달러(약 5360원)를 기록했는데, 2019년에는 2.60달러(약 3220원) 수준이었다. 기술기업 스퀘어 분석에 따르면 랩 샌드위치의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18% 올랐고 샌드위치는 14%, 샐러드는 11% 각각 올랐다. 던킨의 아이스라테는 2019년 3.70달러(약 4580원)에서 올해 3.99달러(약 4940원)로 올랐다.

인력파견업체 맨파워그룹의 베키 프랭키위츠 사장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진정되면서) 사무실로 돌아갈 준비가 됐지만,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원격 근무는 안전 조치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비용 절감 조치가 됐다”고 덧붙였다.

사무실 복귀를 추진하는 기업 중 일부는 직원들이 사무실에 복귀하면서 물가 상승으로 받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통근·식사 비용 지원에 나서는 곳도 있다. 오는 6월까지 사무실 출근을 재개하기로 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오더마이기어는 대중교통 패스와 무료 주차권, 주당 2∼3차례 식사를 제공하기로 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미국 기업들이 사무실 복귀를 본격 추진하면서 최근 주요 도시의 사무실 점유율은 40%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2020년 3월 이후 최고로 수준이라고 NY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