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우리 정부와 UAE 간 군사협력은 노무현 정부 시절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와는 UAE와 1980년 수교 이후 대통령으로는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 방문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과 UAE는 군사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국방 정보 교류와 무기 공동 개발, 군사전문가 파견 등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 협정은 지난 해 5월 발효된지 10년이 지나 기간 만료로 폐기됐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 협정 연장을 위한 논의가 있었지만 이를 매듭짓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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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2009년 UAE 원전 수출 계약 전후로 우리 정부는 한-UAE 관계를 ‘포괄절·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면서 군사 지원 분야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원전 수출 대가로 UAE의 군사 지원 요구를 수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당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원전 수출 계약 체결 직전 UAE를 방문했다. 이어 UAE 군의 현대화를 위한 지원을 약속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아크부대 파병이다. 2010년 5월 UAE 왕세제는 방한시 우리 특수전사령부를 견학한 후 파병을 강력히 요청했다. 또 2010년 8월 우리 국방장관의 UAE 방문 당시 UAE 정부는 파병을 공식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2010년 11월 15일 ‘국군부대의 UAE 군 교육훈련 지원 등에 관한 파견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을 제외한 우리 군의 해외 파병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정부는 ‘대통령은 국군을 외국에 파견하는 권한을 가지며 국회의 사전 동의를 필요로 한다’는 헌법 조항을 강조했다. 당시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한나라당)의 밀어붙이기로 토론도 없이 그 해 12월 국회의장 직권상정에 의한 본회의 ‘날치기’로 동의안이 처리됐다.
아크부대, UAE 군 특수전부대 교육 훈련 임무
아크부대는 UAE 군 특수전부대에 대한 교육훈련 지원이 주 임무다. 이에 따라 150여명의 아크부대 병력들은 UAE 특수전부대와 연합훈련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아크부대가 더이상 UAE 군에 가르쳐 줄 게 없는 상황이다. 이에 UAE 측이 새로운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군은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아크부대 파병 연장 필요성에 대해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UAE 군과 우리 군 특수전부대의 연합훈련으로 우리 특수전부대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시리아와 예멘 사태 등 급변하는 중동지역 정세를 고려할 때, 중동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2만5000여명의 우리 국민에 대한 보호 임무도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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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방부는 UAE와 비밀리에 군수지원협정까지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수지원협정은 군수물자와 수송을 비롯한 서비스 분야에서 상호 협력한다는 약속이다. 일본과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군의 남수단 파병부대인 한빛부대가 2013년 12월 현지 파견 일본 자위대로부터 소총탄 1만발을 긴급 공급받았다가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UAE와 군수지원협정까지 체결했다는 것은 우리가 탄약 지원과 긴급사태 작전 지원 등에 나선다는 의미다. 게다가 유사시 우리 수송기나 함정 등 전투전력의 UAE 파견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복잡한 중동 정세를 감안하면 매우 ‘위험한 거래’인 셈이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UAE와 비밀리에 상호군수협력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발간한 2016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현재 15개 국가와 상호군수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지만, UAE와의 체결 내용은 빠져 있다. UAE와의 상호군수협력 체결 여부에 대해 국방부는 “상대국가와의 신의 문제로 체결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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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는 원전 수입으로 한국의 군사적 지원을 기대했지만 박근혜 정부가 약속을 지켜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 군은 시설을 건립해 UAE에 전투기 조종사 및 무장 관련 교육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박근혜 정부들어 시설 건립이 백지화 됐다. UAE의 서운함을 달래기 위해 지난 2013년 상호군수협력을 체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원해진 UAE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임종석 실장이 한 달 간격으로 UAE를 방문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그동안 정부 관계자들의 해외 파병부대 방문은 주둔지 주변국에 업무차 갔다가 짬을 내 들르는 식이었다. 이번 처럼 특정 파병부대를 선택해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풀어야 할 숙제가 있을 것이라는 의문을 갖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번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UAE를 방문한 것은 이면합의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라며 “이면합의 내용 중 현실적으로 지원이 어려운 부분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설명도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 청와대는 당초 임 실장의 UAE 특사 파견에 대해 파병 장병 격려였다고 밝혔다가 양국 간 파트너십 강화라고 말을 바꿨다.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소원해진 관계 회복’을 위한 방문이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