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퀄컴의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기술력을 끌어올린 반면 퀄컴은 차기작 생산을 삼성전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 퀄컴의 눈치를 봐야 했던 삼성전자가 이제는 협상 주도권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21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제품인 갤럭시 S6에 자사의 모바일 AP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발열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10 대신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옥타 7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퀄컴 모두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파장은 상당하다. 이번 사안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와 퀄컴의 협력 관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 시리즈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퀄컴의 모바일 AP를 탑재해 왔다. 엑시노스와 병행 사용한 적도 있지만 해외에서 판매되는 물량 대부분은 퀄컴 제품을 사용했다.
모바일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으로, 퀄컴은 4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인 업계 최강자다.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는 엑스노스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기술력이 강화되면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AP는 물론 그래픽 처리 프로세서(GPU)와 LTE 서비스를 지원하는 모뎀칩까지 모두 생산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 64비트 모바일 AP도 퀄컴보다 빨리 양산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조금 밀리지만 기술력 격차는 해소됐다는 게 삼성전자 내부의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적용한 모바일 AP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애플과 퀄컴 등 대형 고객사를 유치했다.
이미 스냅드래곤 차기작인 820(가칭) 생산을 삼성전자에 위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 입장에서는 모바일 AP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삼성전자에 자사 제품 생산까지 맡겨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퀄컴이 삼성전자와 14나노 핀펫 공정 라이선스를 공동 사용키로 한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에 물량을 몰아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도약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가 퀄컴의 모바일 AP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 사실인 지 여부와 별개로 두 회사의 역학 관계는 분명히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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