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잃고 빚에 쪼들리고…미국인들 심리엔 온기 안돈다

미국인 60%만 아메리칸드림 믿어..금융위기때보다 낮아
미국인 다섯명중 한명 "평생 벌어도 빚 다 못갚아"
  • 등록 2014-12-11 오후 4:19:32

    수정 2014-12-11 오후 4:19:32

`가난하게 시작해도 열심히만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란 설문조사에 대한 응답자 비율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단위:%, 출처=NYT)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경제가 나홀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미국인들은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위기 이전과 달리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거나 짊어진 빚을 갚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지 못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미국인 1006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64%만이 `지금은 가난해도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을 믿는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년간 계속된 설문조사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금융위기가 한층 고조됐던 2009년초에도 미국인의 72%는 이런 꿈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지난 달 일자리는 32만1000개 가량 증가하고 일반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도 예상보다 더 올랐지만, 체감하는 경제가 1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10명 중 6명은 가계소득이 1년 전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30~64세의 4분의 3 가량은 노후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저축을 갖고 있지 않은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또 응답자의 절반 가량인 52%는 경제시스템이 공정하다고 답했지만, 45%는 경제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비율 역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은 부의 재분배보단 경제 성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응답자의 54%는 “부의 불평등을 유발할 수 있는 적은 규제보다 경제 성장을 막는 과도한 규제가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38%만이 너무 적은 규제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아메리칸 드림이 꺾이게 된 이유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역시 열심히 일해도 다 갚지 못하는 부채다. 신용카드로 소비하고, 대출을 받고 학교를 마치고 집을 사느라 평생 벌어도 빚더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날 신용카드 조사업체인 크레딧카드닷컴(CreditCards.com)이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가운데 18%가 “남은 일생동안 지금의 빚을 갚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같은 비율은 지난번 조사였던 2003년 5월의 9%에 비해 2배로 늘어난 것이다. 모기지대출(우리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이 늘고 있고 학자금 대출 부담도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학자금대출은 지난 2012년말 9660억달러(약 1066조4000억원)로, 7년전이었던 2005년말의 3900억달러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6개주(州) 주민들의 평균 학자금대출 규모도 개인당 3만달러(약 3310만원)를 훌쩍 넘어섰다.

또 응답자 가운데 11%는 “빨라야 70대까지는 채무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비관적인 답을 내놓았다. 25%도 “적어도 60대까지는 빚을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의 채무 상태에서 언제쯤 완전히 벗어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들이 내놓은 답은 평균 53세였다.

맷 슐츠 크레딧카드닷컴 선임 애널리스트는 “고용시장이 개선되는 와중에서도 학자금대출과 신용카드 빚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반면 가계 급여는 빠르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같은 채무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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