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서울외환시장에서 1403.5원에서 마감했다. 종가 기준 1400원 돌파는 지난 2022년 11월 7일 이후 약 2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환율 상단이 1420원대까지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고환율 시대가 뉴노멀이 될 것이란 우려에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실적 하락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화 가치 하락은 대규모 기업집단의 영업이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실질실효환율이 10%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하면 대규모기업집단의 영업이익률은 0.29%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대규모기업집단의 수출전략이 기술경쟁으로 변하면서 원화 가치 하락에 의한 매출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업종별 명암은 엇갈린다. 수출 중심 산업인 배터리, 반도체, 자동차 업계는 단기적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대표적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계는 매출 증가가 기대되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5나 최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선단 제품 대부분은 기술 보호 목적을 위해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고 해외에 팔 때는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매출이 커지는 구조다. 단 해외에서 구매하는 웨이퍼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점은 부담요인이다. 미국 투자시 대규모 달러 조달이 필요해 리스크가 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미국에 반도체 시설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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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원유 도입 시 환차손 우려와 수출 증대 효과가 공존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아 지난 3분기 환율 하락 여파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만큼 수익성 개선 기대도 나오지만, 원유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만큼 환율 상승기에는 환차손 우려가 있다.
철강업계는 신중한 입장이다. 전방 수요 부진에 철강 가격 협상에 애로를 겪고 있는 만큼 원자재 비용 증가 부담이 커진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 제품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로 유연탄과 철광석 등 원료 구입에 대한 ‘내추럴 헤지’를 상시 운영 중”이라며 “평소 환율 변동 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응책을 가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판매의 대부분이 내수용이라 환율의 영향이 크지 않지만, 원재료 및 에너지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며 “환율 상황을 주시하며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