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IT'…카드 vs 밴사, 갈등의 골 깊어졌다

롯데카드, 3년 만에 지난달 대법서 최종 승소
카드업계 전표매입 관련 비용 60% 줄일 여지 생겨
밴 업계 EDC도입 여전히 반대...“생존 문제”
  • 등록 2021-12-13 오후 3:48:36

    수정 2021-12-14 오후 2:33:04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롯데카드가 밴(VAN) 업계와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카드사의 데이터캡처(전자전표 생성, 관리) 대행 업무를 소프트웨어 업체에 이전하려는 행위가 ‘불공정계약’이라며 12곳의 밴사가 소송을 건 지 3년 만이다. 이번 승소에 따라 카드사는 밴사에 지불하던 수수료 비용을 60%가량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됐지만, 공생을 이어오는 밴 업계 수익성에 큰 타격이 올 수 있어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3일 법조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법원 민사 3부는 국내 밴사들이 롯데카드를 상대로 제기한 불공정계약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25일 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받았다.

카드사와 밴 업계는 지난 2017년 이후부터 전표매입 업무 중 데이터캡처 대행 업무를 두고 갈등을 겪어왔다. 데이터캡처란 쉽게 말해 소비자가 카드를 긁은 뒤 나오는 영수증을 모아 카드사로 전달하는 대행 업무로 생각하면 된다. 과거에는 카드를 긁으면 영수증이 3장 가량 나와 소비자, 가맹점, 카드사가 나눠 가졌다. 가맹점에서 카드사에 넘겨줄 전표를 따로 챙겨뒀고, 이를 밴대리점이 챙겨 전달했다.

하지만 카드 영수증이 대부분 전자화되고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더 이상 밴대리점을 통해 전표를 매입하는 업무는 사실상 불필요해졌다. 이에 일부 카드사들이 데이터캡처 대행 업무를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체인 ‘케이알시스’와 위탁계약을 통해 직매입(EDC) 방식으로의 전환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승인데이터만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데이터캡처를 밴사가 아닌 카드사가 직접하게 되는 것이다.

밴 업계는 카드사들이 데이터캡처 계약 중단 행위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2016년 무서명거래 협약을 체결하면서 밴 대리점 지원을 위해 카드사와 밴사가 비용분담을 하기로 한 것에는 데이터캡처 업무 위탁까지 전제돼 있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계약서상 데이터캡처 업무 위탁은 기재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고, 법원도 계약서를 근거로 카드사의 손을 들어줬다.

카드사들이 EDC방식을 고민하는 건 비용부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카드사가 EDC방식으로 전면 전환하게 되면 건당 20원 가량이 들던 수수료비용이 7원 내외로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수료율 인하 조치로 가맹점수수료 부분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카드사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인 셈이다.

현재 신한, 삼성, 롯데, 하나카드 네 곳은 케이알시스와 계약을 맺고 매입 업무 일부를 EDC 방식으로 전환했다. 현대카드와 KB국민카드의 경우는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EDC 방식으로 전환하지는 않았다. EDC가 가능한 단말기를 설치한 가맹점이 많지 않은 데다가, 밴사와의 관계를 고려한 조치다. A카드사의 경우는 한 달에 EDC거래가 한달에 1000건 정도 수준밖에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밴 업계는 여전히 EDC방식에 반대하고 있다. EDC 방식으로 전환하더라도 최소한의 비용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밴 협회 관계자는 “대기업이 원가 마진을 줄이면, 하청들도 함께 줄이듯이 가맹점 수수료가 줄면 우리도 함께 수익이 줄었다”며 “개별계약이라 카드사가 강행하면 되겠지만, 밴 대리점 입장에선 생존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3개 밴사의 당기순이익은 총 1040억원으로 전년의 1574억원에 비해 33.9%(534억원) 감소했다. 영업수익은 조금 늘고, 영업비용이 더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업무방식이 변화하면서 생겨나는 업체도 있고, 과거 속에 사라지는 업체도 생기기 마련”이라며 “키는 카드사들이 쥐고 있지만, 영세상공인이 밴 대리점과의 관계, 수익성 사이에서 상당히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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