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닛산, 2만명 일시해고

생산 멈춘 미국·영국·스페인 중심으로 구조조정
5월 경영재건계획 발표…"전례없이 혹독할 것"
  • 등록 2020-04-08 오후 2:49:59

    수정 2020-04-08 오후 4:43:29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일본 자동차회사 닛산이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

닛산은 8일 미국 3개 공장에서 약 종업원 1만명을 일시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공장에서도 약 6000명,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공장에서도 약 3000명을 일시해고해 총 구조조정 인원은 2만명에 달할 예정이다.

일시해고는 경영이 정상화된다면 다시 고용하겠다는 조건이 달린 것이지만,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언제 일터로 돌아올지는 불확실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닛산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이다. 당시 닛산은 미국에서 약 1200명을 조기퇴직시킨 후 스페인 공장에서도 3300명을 일시해고했다. 2009년에도 전 세계 직원을 2만명 삭감했다.

그 결과 2009년 3월 기준 2337억엔 적자였던 닛산은 2011년 3월 3192억엔 최종흑자로 돌아섰다.

당시 닛산을 구사일생으로 이끌었던 인물이 2008년 닛산 최고경영자(CEO)이자 회장에 앉은 카를로스 곤이다. 곤 전 회장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당시 신흥시장에서의 파이를 키우는 것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고 했다. 실제 2009년 3월 341만대였던 세계 판매대수는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2018년 3월 사상 최대치인 577만대까지 늘었다.

그러나 생산능력은 늘어난 반면, 신차 개발비 등을 설비투자로 돌리면서 판매대수는 차츰 떨어졌다. 2020년 3월 기준 닛산의 판매대수는 500만대 정도. 생산능력과 판매대 수의 격차가 벌어지며 가동률이 저조한 공장이 늘어나고 오히려 경영 부담으로 남았다.

닛산의 수익성이 다른 자동차 회사에 비해 철저히 떨어진다는 것 역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더 취약한 결과를 낳았다. 닛케이에 따르면 도요타의 영업이익률은 8.2%, 독일 폭스바겐(VW)의 영업이익률이 5.9%인 것에 반해 닛산은 2.7%에 불과하다.

닛산은 오는 5월 경영재건 계획을 공표할 예정이다. 가뜩이나 경영이 악화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세계 자동차 수요가 더 크게 위축되면서 “전례 없는 혹독한 계획이 나올 것”(닛산 임원)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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