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남현 기자] 거액자금이 정기예금에서 이탈한 것은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지난해부터 강화된 금융소득종합과세 여파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예금금리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3%대 금리를 찾아볼 수 없는데다 금융소득종합과세가 강화되면서 세출재원 노출을 꺼리는 고액자산가들이 예금에서 비과세상품이나 특정금전신탁으로 갈아타는 현상이 벌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13년 하반기중 은행수신동향’ 자료를 분석한 시중은행 전문가들은 고액자산가들이 예금에서 특정금전신탁이나 비과세 상품인 보험과 브라질채권, 분리과세상품인 국고채 투자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5억원 초과 정기예금이 줄어드는 상황에도 금전신탁 거액계좌는 증가추세를 보였다. 5억원 초과 금전신탁이 지난해말 현재 2만1910좌에 80조822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6월말대비 각각 2610좌, 4조3440억원 증가했다.
이는 전자단기사채, 중국은행예금, 크레딧채권 등을 은행등이 특정금전신탁으로 포장, 3%대 금리가 가능한 상품으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김영훈 하나은행 영업1부 PB센터 부장은 “예금금리가 임계치인 3% 이하로 떨어진데다 마침 3%대 금리가 가능한 특정금전신탁 등 대안상품이 쏟아진 영향이 크다”고 전했다.
과세 강화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10억원을 3%짜리 정기예금에 예치했을 경우 이자가 3000만원으로 과세 강화전에는 문제가 없지만 과세 강화후엔 2000만원의 1.5배 금액이 종합과세대상이 된다. 종합과세시 41.8%가 최고세율이다. 더 큰 문제는 과세대상자가 될 경우 국세청 추적은 물론 건강보험료를 본인부담으로 납부해야하는 등 부가적 불이익도 많다는 점이다. 이관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저금리가 지속된 상황에서도 예금만한 상품이 없다는 인식들이 강했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가 강화되면서 예금에서의 이탈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1인당 2억원 한도인 보험 비과세 상품과 비과세 브라질채권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울러 33% 분리과세를 적용받는 장기 국고채에도 투자가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국고30년물 입찰에서 일반인 물량이 이례적으로 5억8000만원에 달했다.
거액자산가들의 예금이탈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팀장은 “시장금리가 당분간 오를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데다 당국 역시 비과세 혜택을 줄이고 세율을 올리려는 분위기여서 거액자산가의 자금이 예금 일변도에서 지속적으로 이탈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