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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025년 인사 개편 이후 여성 부행장 수는 총 7명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전체 부행장이 86명인 것을 고려할 때 여성 비율은 8.14%에 불과하다. 이 중 KB국민은행 여성 부행장이 3명으로 가장 많았다. 국민은행은 2025년 인사 개편 이후 디지털사업그룹 곽산업 부행장이 개인고객그룹 부행장으로 이동하고 이수진 기관영업본부장이 준법감시인, 박선현 중앙지역그룹대표가 강북지역영업그룹 부행장으로 각각 승진하면서 여성 부행장 수가 1명에서 3명으로 늘었다.
다른 은행들의 여성 부행장 수에는 변화가 없었다. 우리은행은 전체 18명 부행장 중 여성 부행장은 김선 자산관리(WM), 류진현 IT그룹 부행장 등 2명이다. 인사 개편 전에도 2명의 여성 부행장(송현주·정현옥)이 있었다. 다만 부행장 수가 올해 23명에서 내년 18명으로 줄면서 여성 부행장 비율은 높아졌다.
각 은행이 1970년생 부행장을 대거 기용한 것과 다르게 여성 부행장 수는 답보 수준이다. 5대 은행에서 여성 부행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5.05%에서 내년 8.14%로 올랐지만 이는 부행장 수가 99명에서 86명으로 줄어든 영향이 크다. 인사 내용을 봐도 여성 부행장을 새로 기용한 것은 국민·우리은행 두 곳뿐이다.
금융지주로 범위를 넓혀봐도 ‘여풍’은 고요하다. 주요 금융지주들의 C-레벨(총책임자) 여성 임원은 그룹별 1~2명에 그친다. 이마저 은행 부행장과 겸직하는 곳도 있어 실질적인 여성 임원 수는 많지 않다. 그나마 은행·지주 사외이사는 최근 몇 년간 여성 이사 비율이 3명 중 1명, 2명 중 1명 수준으로 많아졌다.
여성 은행장 수는 오히려 줄어
신한금융은 DEI 이행을 위해 여성 경영진(임원·본부장) 비율을 지난해 9.8%에서 2030년까지 15%로, 부서장은 14.9%에서 2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 2018년 여성 리더육성 플랫폼 ‘신한 SHeroes’를 출범시켜 7년간 그룹 내 여성리더 331명을 선발·육성했다. 하나금융은 ‘하나 웨이브스’의 여성리더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총 120명 여성 직원이 리더십·인문학·스피치·디지털 등 전문 교육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내년부터 여성 신임 부서장 대상 ‘여성 리더십양성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여성 부장·지점장에게 리더십 교육을 제공해 그룹의 차기 여성 리더를 키운다는 방침이다. 농협은행 또한 기업금융 부문 중간 관리자급 여성 50명 직원을 선발해 ‘NH 여성책임자 RM 레벨업’ CEO 특강을 진행하는 등 여성리더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은행권 인사는 공통적으로 1970년대생으로의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었다”며 “각 그룹의 여성 리더양성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5~6년이 지났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간 여성 부행장, 경영진 비중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