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투자자의 ‘팔자’가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이날도 외국인은 1738억원을 팔며 무려 28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벌어진 2022년 3월 25일부터 4월 28일까지 25거래일간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순매도한 기간 이후 역대 최장 기간이다. 이 기간 외국인은 11조 5822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시장에 던졌고, 삼성전자는 20.43% 하락한 바 있다.
반도체 업황에 ‘겨울’이 도래했다는 전망이 무색하게 TSMC 3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로 나타나면서, 위기론은 삼성전자만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속한 SK하이닉스는 외국인이 삼성전자에 대해 28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간 기간 동안 외국인 순매수 상위 1위를 기록했다.
이례적으로 반도체에 대해 삼성전자 경영진이 반성문을 내놓기도 했다.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사과의 메시지를 냈다.
문제는 파운드리 경쟁력 약화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도 뒤처지면서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파운드리 부문에선 엔비디아와 TSMC 간 갈등 불거지며 삼성전자에 일부 기회가 있을 것이라 의견이 제기됐지만,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초미세 공정에서 수율 등 문제로 TSMC와 기술적인 차이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날 삼성전자가 170억달러(23조원)를 투자해 짓는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에서 ASML 장비를 인도받기를 미뤘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주요 고객을 아직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전방위적으로 삼성전자의 위기가 불거지고 있으나, 주가 측면에서 봤을 땐 매력적인 구간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48배로 SK하이닉스(2.72배)나 LG에너지솔루션(3.70배)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익 전망의 둔화, 부진한 세트 수요, 일회성 비용의 반영 등을 고려해도 현재 주가에서 하락폭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