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점수 900점 넘어도, 대출 받기 쉽지 않네

작년 말 899점까지 떨어졌던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
지난 7월말 925점까지 올라
연체율 오른 탓…신용점수 인플레도 원인
  • 등록 2023-09-14 오후 5:24:56

    수정 2023-09-14 오후 7:28:45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신용점수 900점(1000점 만점)이 넘는 고신용자들조차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연체율이 오르자 중·고신용자 대출 문턱을 높이며 건전성 관리에 나서는 까닭이다.

14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7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평균 신용점수는 925.4점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915.2)보다 10.2점, 800점대로 떨어졌던 작년 11월(899.4)과 비교하면 26점 높아진 것이다.

7월 대출자 평균 신용점수가 가장 높았던 곳은 KB국민은행으로 947점이나 됐다. 다음은 우리은행이 936점, 하나은행이 918점으로 높았다. 5대 은행 가운데는 신한은행이 909점으로 그나마 가장 낮았다.

신용평가사인 KCB(코리아크레딧뷰로) 점수를 기준으로 하면 1등급은 942점 이상, 2등급은 891~941점, 3등급은 832~890점이다. 신용점수 900점이 넘는 2등급이라도 은행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인터넷은행들까지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대출자의 평균 신용점수는 작년 말 840.6점에서 지난 7월 884점으로 43.4점 올랐다. 전월인 6월에는 896.3점까지 올랐다가 소폭 내린 것이다. 토스뱅크의 경우 918점을 기록해 신한은행, NH농협은행(917점)보다 점수가 높았다. 케이뱅크도 869점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는 867점으로 가장 낮긴 했지만 마찬가지로 상승 추세다.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진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첫째는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은행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영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 연체율은 지난 5월말 0.4%까지 올랐다. 1년 전보다 0.1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33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연체율 증가 등으로 건전성 관리를 위해 우량 차주 위주로 대출을 하면서 신용점수가 높아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요인은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이다. 금융 소비자들이 뱅킹 앱을 통해 통신비·국민연금 등 각종 납부 내역을 제출하며 신용점수를 올리면서 고신용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KCB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용점수 900점이 넘는 사람은 전체의 42%(약 2053만)에 달했다. 10명 중 4명은 1~2등급이라는 얘기다.

신용점수제는 신용등급에 따라 획일적으로 대출을 거절하던 관행을 개선한단 취지에서 지난 2021년 모든 금융권에 도입됐다. 하지만 신용점수 변별력이 떨어지다 보니 은행들은 내부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점수는 ‘원 오브 뎀’으로 보는 거고 직업, 소득, 거래 실적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탓에 신용점수가 높은 편이어도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월 자산 규모 상위 4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저축은행)에서 나간 신규 신용대출 중 700점대 이상 차주 비중은 77.84%로 작년 말보다 2.35%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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