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항공사 결항·지연시 ‘현금보상 카드’ 추진

하반기 새 규칙 제정…여행 바우처 아닌 현금 보상
지연시 현금지급 및 호텔·식당 취소비용도 지급
  • 등록 2023-05-09 오후 3:30:33

    수정 2023-05-09 오후 3:30:33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미국 정부가 항공편 결항이나 장시간 지연시 항공사가 소비자에게 현금으로 보상하는 새로운 규칙 마련에 나섰다. 대부분 항공사들이 결항시 현금 환불 대신 여행 바우처 제공하는 데 그치고 있고, 지연에 따른 호텔이나 식당 취소 비용을 제공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충분한 보상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말 미 전역을 강타한 겨울 폭풍의 여파로 사우스웨스트가 대량으로 항공편을 취소하면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사진=AFP)
바이든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미국 여행자들이 더 나은 혜택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에 새로운 규칙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항공사가 그들 책임으로 항공편 취소와 지연이 발생할 때마다 현금 마일리지, 호텔 재예약 비용 등을 보상하도록 하겠다”면서 “이는 자발적 조치가 아닌 의무사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에서 항공사가 항공편을 취소할 경우 승객은 환불을 요구할 수 있지만, 항공사는 대체로 환불 대신 여행 바우처 제공하고 있다. 특히나 항공 지연에 대해서는 거의 보상이 없는 편이다. 미국 교통부는 지난해 최소 3시간 지연에 대해 최소 100달러를 보상하는 것에 동의할지에 대해 항공사에게 질문을 한 바 있다.

교통부는 아울러 비행기 지연시 식당과 호텔 취소에 대한 비용도 항공사들이 부담하는 규정도 만들 계획이다. 주요 항공사들은 작년에 항공편 취소에 대해 고객에 호텔 및 식사를 제공하도록 하는 교통부 제안을 수용했지만, 지연에 대한 보상 방안은 거부했다.

항공사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3시간 지연에 대한 100달러 보상 방안에 응답한 항공사는 단 한곳도 없었다. 일부 항공사는 정부가 이같은 보상을 명령할 법적 권한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하물 지연 도착, 와이파이 미작동 같은 기내 서비스 미흡에 대해 교통부가 2021년 내놓은 환불 제안도 아직 결론짓지 못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조치를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산층 이하 미국민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꺼내든 카드라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인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에 따라 국제 여객의 경우 2~4시간 운송이 지연될 경우 해당 구간 운임의 10%, 4~12시간 지연의 경우 20%, 12시간을 초과할 때는 해당 구간 운임의 30%를 배상하도록 돼 있다. 만약 탑승객이 현지에 머물러야 한다면 숙식비 등 경비도 부담토록 하고 있다.

다만 항공사업법 제61조에 따라 항공사가 항공기 점검을 했거나 기상 사정, 공항 사정, 항공기 접속 관계, 안전 운항을 위한 예견하지 못한 조치 등을 증명한 경우는 제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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