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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휘발윳값 50일 이상 내렸지만…유가전망 여전히 암울
9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 등에 따르면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날 갤런당 4.03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 14일(갤런당 5.02달러) 고점을 찍은 뒤 50일 이상 연속으로 하락해 1달러 가량 가격이 낮아졌다. 향후 1년 물가상승률을 예상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7월 조사에서 6.2%를 기록, 전달 6.8%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인플레이션이 6월 정점을 찍고 완화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CNN은 “아직 아무도 샴페인을 터뜨리지 않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단기간 내 하락할 수 없는 여러 요인들이 남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유가 전망이 아직 어둡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60% 이상 뛴 상태다. 국제유가가 최근 배럴당 90달러를 밑돌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여전히 공급이 빡빡한데다, 재고량도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23개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도 증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OPEC+는 지난 3일 정례회의에서 9월 원유 증산량을 하루 10만배럴로 결정했다. 이는 7·8월 증산량(하루 64만8000배럴)의 15%에 불과하다.
치솟는 주택 관련 지출…가계지출 30%·CPI구성 33% 차지
미 주택 가격 및 임대료 상승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킨다. 주택 관련 지출은 가계 지출, 미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판단하는 지표 등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6월 미국의 기존 주택 가격은 41만 6000달러로 1년 전보다 13.4% 상승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중간값 기준 미 가계소득의 30%가 임대료로 쓰이고 있다. 또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약 3분의 1,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의 약 40%가 주택 관련 지출이다.
문제는 임금상승에 따른 평균 인플레이션은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임금이 오르면 소비 여력이 커진다. 미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70%에 달한다.
이외에도 전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 물류난 등에 따른 공급 제약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이 제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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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난 완화 조짐 긍정적이지만…“내년까지 인플레 지속”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목표치인 2%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는 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 즉 경기침체 없이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뜻으로 읽힌다.
윌밍턴 트러스트 인베스트먼트의 토니 로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에 “인플레이션 관련 데이터는 여전히 혼재돼 있어 전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연준의 공격적인 정책이 미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것이란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다만 공급망 혼란이나 물류난이 조금씩 해소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제너럴모터스(GM) 등 미 제조기업들은 최근 2분기 실적발표에서 부품 등의 공급난이 완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일부 기업들은 운송료 하락으로 제품 가격을 낮추는 등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안정화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미 정부가 일부라도 대중 무역 관세를 철회하는 경우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부과했던 관세를 철회하면 인플레이션이 최대 1.3%포인트 하락하고, 미 가계가 매년 평균 800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