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호실적’ 제약·바이오사, R&D 투자는 아쉬워

매출 상위 20곳 중 6곳 R&D 비중 증가
광동제약 등 매출 증가에도 1~3%만 유지
화이자, 로슈 등 R&D 비중 20% 넘어
  • 등록 2021-03-22 오후 4:23:45

    수정 2021-03-22 오후 9:40:25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지난해 코로나19 특수로 매출이 크게 증가했지만,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는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들은 매출 증가에도 매출액의 1~3% 정도만 R&D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상위 20대 제약·바이오 상장기업들은 R&D에 전년 보다 25% 오른 총 1조8244억원을 투자했다. 셀트리온은 이들 제약사들 중 R&D에 가장 많은 금액을 사용, 전년보다 28.4% 오른 3892억원을 썼다. 전년 대비 가장 R&D 투자금액이 많이 오른 기업은 씨젠으로 전년보다 166.8%오른 262억원이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신약개발에 힘쓰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R&D 투자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이들 제약·바이오사들의 매출이 지난해 크게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R&D 투자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매출 상위 20대 제약·바이오 상장기업들의 매출은 평균 51.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씨젠이 822.7%로 가장 많은 매출 상승을 보였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66%, 셀트리온이 63.9%로 뒤를 이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용 비중을 살펴보면 20개사 평균은 9.5%였다. 셀트리온(20.8%)과 한미약품(21%)이 매출액 대비 R&D에 가장 많은 비용을 썼다. 대웅제약(15.3%), 일동제약(14%), 유한양행(13.7%), 동아에스티(13%), 종근당(11.5%), GC녹십자(10.6%), 대원제약(10.6%), 일양약품(10%) 등이 매출액 대비 R&D 비용 10%를 넘겼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전년보다 1% 포인트 이상 증가한 곳은 20개사 중 6개사다. 유한양행은 R&D 비중이 13.7%로 전년 대비 4% 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실적이 R&D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은 3.4%, 영업이익은 52.8% 줄었음에도 R&D 비중을 2.2% 포인트 더 늘렸다. 지난해 3분기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신약 권리반환에 따른 공동연구비 일괄 정산으로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R&D 투자는 줄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덕분에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은 올해 초부터 각각 렉라자정과 롤론티스 신약 품목허가를 받았다.

11개사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R&D 비중을 유지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매출이 2.5%, 영업이익이 62% 하락했지만 R&D 비중은 15.3%로 비슷한 수준을 지켰다. 동아에스티와 동화약품도 각각 매출이 4.2%, 11.4% 줄었지만 R&D 투자는 줄이지 않았다.

문제는 매출이 증가하는데도 미래에 대한 투자가 늪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곳이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매출이 1조원을 넘었음에도 R&D에는 101억원으로 1.3% 수준 밖에 투자하지 않았다. R&D 투자비중은 수년간 1%대에 머물렀다.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헛개차, 삼다수 등 지속적인 매출을 내는 인기 제품은 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일약품은 매출이 소폭 증가하며 R&D 비중은 3.5%, 동국제약은 매출이 15.9% 늘었음에도 비중은 3.5%로 유지했다.

지난해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감소한 곳은 셀트리온, 씨젠, 보령제약이었다. 셀트리온과 씨젠은 전년에 비해 R&D에 많은 비용을 들였지만 매출액이 두세자릿수 증가하면서 증가율은 그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씨젠은 매출액 대비 R&D 투자가 2.3%으로 특히 적었다. 보령제약은 R&D 비용(5.9% 하락)과 매출액 대비 비용(6.3%)도 하락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전년에 R&D 비용을 많이 집행해 기저효과가 나타났을 수 있다”면서 “R&D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에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이 매년 R&D 비용을 늘려가고 있지만 다국적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쓰는 비용과 비교해서는 아직 저조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매출액 1위 제약사인 화이자는 매출의 19%를 R&D에 썼고 2위 제약사인 로슈는 23%를 투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 제약사들과 비교해 절대적인 매출이 적기도 하지만 R&D에 들이는 노력 또한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R&D 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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