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울시, 연봉 3.8억 가구 자녀에게 청년수당 지급"

2831명 중 72명은 월 20만원 이상의 건보료 납부 가정
  • 등록 2016-10-11 오후 2:09:22

    수정 2016-10-11 오후 2:09:22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서울시가 한 해 소득이 4억원에 육박하는 집 자녀에게도 청년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용기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청년활동지원사업 대상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시가 추진했던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의 대상자로 선정된 인원은 총 283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청년들의 어려움에 대한 긴급한 처방의 하나로 선정자격을 갖춘 장기 미취업 청년들에게 6개월 범위에서 월 50만원의 활동지원금을 지원해 구직 등 청년들의 사회진출을 돕고자 하는 취지에서 추진된 제도이다. 서울시는 7월 4일~15일까지 청년활동지원사업 신청자를 받아 제출서류 확인 및 정성평가, 정량평가 등을 거처 최종대상자 2831명을 선정했다.

그러나 생계가 어려운 청년들의 구직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중·상류층이라고 할 수 있는 가정의 자녀들에게도 청년수당이 지급돼 제도설계과정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청년수당 수혜자 중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를 합쳐 건강보험료(부양자 기준)를 월 20만원 이상 납부하는 가정은 72명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매달 건강보험료(직장 가입자 기준)를 20만원 가량 낼 경우, 해당 납부자의 연 소득은 약 7848만원 정도다.

부양자의 월 평균 건강보험료 납부액별로 청년수당 수혜자의 가구소득을 살펴보면, 성북구에 거주하는 A씨의 가정이 월 170만원(지역 가입자)으로 납부액이 가장 많았다. 지역 가입자가 건강보험료로 월 170만원을 납부할 경우 연 소득은 3억 8000만원, 재산규모는 7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A씨의 경우 청년수당 지급 심사를 위해 적어낸 활동계획서에 “이번 계기로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이해를 통해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는 다소 모호한 계획을 제출했다. 가구소득 뿐 아니라, 진로계획의 구체성·적절성 면에서도 청년수당을 수령하기에는 결격사유가 존재했다는 뜻이다.

송파구 거주 B씨(월 납부액 116만원, 연 소득 2억 7000만원·재산 10억원으로 추정), 중랑구 거주 C씨(월 납부액 108만원, 연 소득 2억 6000만원·재산 8억원으로 추정), 마포구 거주 D씨(월 납부액 85만원, 연 소득 2억 5000만원·재산 800만원으로 추정) 등 순으로 부양자의 건강보험료 납부액이 많았다.

서울시는 “청년수당 지급 대상자는 가구소득(50%), 미취업기간(50%), 부양가족(12%, 가산점)등의 기준을 반영해 선정했다”며 “가구소득이 높은 가정의 자녀라 할지라도 미취업기간이 길 경우, 청년수당 지급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서울시가 청년수당 홍보에 쓴 예산도 도마위에 올랐다.

서울시는 지난 8월 19일부터 9월말까지 예산 1억 2400만원을 투입했다. 지하철 광고가 5013만원으로 홍보비 집행금액이 가장 많았고, 이어 버스 광고비 3046만원, 기타 시설물 광고비 4435만원 순이었다. 보건복지부의 청년수당 사업 직권취소를 비판하는 내용, 청년수당 사업의 필요성 등을 홍보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지난 8월 3일, 서울시는 청년수당 지급 대상자들에게 첫달 분으로 각각 5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직권취소 조치로 인해 현재 추가 지급 계획은 전면 중단했다.

정용기 의원은 “서울시가 충분한 검토 없이 청년수당 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한 탓에 연 소득이 4억원에 육박하는 부유한 집안의 자녀에게도 청년수당이 지급됐다”며 “시민의 세금이 좀 더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청년수당을 포함한 일자리·주거 등 청년 관련 종합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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