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남현 기자] 지난해 하반기(7∼12월) 5억원을 초과하는 거액계좌가 저축성예금에서 무더기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금리 현상이 지속된 가운데 금융소득종합과세가 강화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13년 하반기중 은행수신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5억원을 초과하는 저축성예금 계좌와 잔액은 각각 10만8010좌, 404조19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6월말 대비 각각 1990좌, 17조1600억원이 감소한 것이다.
이중 개인이 주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정기예금이 7만2400좌, 302조3200억원으로 같은기간 2940좌, 5조6430억원 줄었다. 기업이 주 대상인 기업자유예금도 11조7600억원 줄어든 90조436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기업자유예금 계좌수는 750좌 늘어난 2만5860좌를 나타냈다.
이같은 현상은 우선 지난해 박근혜정부 출범이래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함께 그해 5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장 금리가 급락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기준 저축성수신금리가 지난해 6월말 연 2.66%에서 11월말 연 2.62%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잔액기준 예금은행 총수신 금리도 지난해 6월말 현재 연 2.36%에서 12월말 현재 2.19%까지 떨어지는 등 저금리 기조가 지속됐다.
종합소득으로 합산 과세되는 이자·배당소득 등 금융소득 기준금액이 지난해부터 기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인하된 영향도 적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저금리와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로 정기예금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이관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도 “저금리도 저금리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로 세출재원을 꺼리는 거액자산가들의 예금이 비과세상품쪽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