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공사 멈춘 여의도 '파크원'… 흉물로 남나

통일교 재단·시행사 간 '지상권' 분쟁 여전
법원 판결 뒤에도 정상화 '난항'.."속히 타협해야"
  • 등록 2013-11-19 오후 6:14:43

    수정 2013-11-19 오후 6:14:43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최고 69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짓는 ‘파크원’ 개발사업이 장기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사업 부지를 보유한 통일교 재단과 이 땅을 빌려 쓰기로 한 시행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서다.

2007년 6월 첫 삽을 뜬 대형 복합단지 파크원(Parc1) 개발사업은 착공 77개월째를 맞은 현재 지하층 일부에서만 바닥 골조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지하 터파기 공사를 할 때 흙막이 벽이 넘어지지 않도록 고정해 놓은 임시 구조물인 어스앵커(earth anchor)가 낡아 돈줄이 마른 시행사가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 진도를 나가고 있는 것이다.

시행사인 와이이십이 디벨롭먼트(이하 Y22) 관계자는 “앵커 수명이 다 돼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원래 공사 계획대로 지하층 슬라브에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교 재단과 시행사(Y22)간 갈등으로 여의도 대형복합단지 ‘파크원’ 개발사업이 장기 표류하고 있다. 지난 2011년 6월 주변 고층 건물에서 촬영한 파크원 사업장 모습. 이 단지는 올해로 3년째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사진제공=와이이십이디벨롭먼트)
파크원은 55층 높이의 IFC(서울국제금융센터)와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에 최고 69층짜리 빌딩을 짓는 대형 개발사업이다. 계획대로라면 4만6465㎡ 부지에 지상 69층과 53층짜리 오피스 건물 2개동, 지상 6층짜리 쇼핑몰 1개동, 30층 국제비즈니스 호텔 1개동이 들어선다. 전체 공사비만 약 2조3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공사 중단 3년째를 맞은 지금까지 사업은 제자리 걸음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걸림돌이 해결될 것으로 보여 곧 공사가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아직까지 접점을 찾지 못한 때문이다.

사업 꼬인 첫 발단은 ‘지상권’ 분쟁

애초에 사업이 꼬인 첫 발단은 ‘지상권’ 사용 문제였다. 당초 통일교 재단은 2005년 개발사업 시행사인 Y22 측에 재단이 보유한 땅을 99년간 빌려 주기로 지상권 설정 계약을 맺었다. 건물이 준공되면 최초 사용승인일 3년 뒤부터 매년 공시지가의 5%를 사용료로 받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Y22가 2010년 사업비 조달을 위해 53층과 69층짜리 오피스 빌딩 2개동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및 맥쿼리증권에 팔기로 한 게 화근이 됐다.

▲파크원 개발 사업 개요 및 주요 갈등 구조
공사는 통일교 재단이 그해 10월 Y22를 상대로 지상권 설정등기 말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소송의 이유는 “시행사가 건물을 다른 회사에 임대해줄 수는 있지만 매각까지 하는 건 계약 위반”이라는 것이었다. 통일교 측이 외국계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체)를 통해 우회적으로 부지를 개발하고 추후 교단을 위해 건물을 사용할 목적이었지만 빌딩을 팔아 버리면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워진다는 점도 반발한 이유로 알려졌다.

반면 Y22 측은 “계약서에 빌딩을 팔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2011년과 2012년 1·2심 재판에서 통일교 재단이 모두 패소했다. 현재는 양측이 대법원의 3심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데는 통일교 내부의 권력 다툼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Y22의 실질적 소유주는 고(故) 문선명 통일교 전 총재의 3남인 문현진(44)씨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이 통일교의 후계 경쟁에서 밀려난 문씨와 후계 자리를 차지한 4남 문국진(43)씨의 힘겨루기로 평가됐던 이유다. 후계에서 멀어진 형과 재단을 등에 업은 동생이 알짜배기 땅의 이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올해 초 문국진 전 통일재단 이사장이 두 차례 패소의 책임을 지고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한때 사업 정상화 기대감이 커졌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 4월 문국진씨에 이어 취임한 박노희(72) 통일그룹 신임 이사장이 다시 소송 강행 입장을 밝히면서 사업 정상화는 요원해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장기 표류땐 양측 모두 피해만”

전문가들은 흉물처럼 방치된 사업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통일교 재단과 시행사간 타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사업이 장기 표류하면 시설 안전 문제나 금융 비용 증가 등으로 양측 모두 피해만 볼 수 있다”며 “서로 양보해 공사를 빨리 재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통일그룹 관계자는 “제 3자가 아닌 재단 측이 직접 건물을 매입하는 등 절충안이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추진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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