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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와 관련한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으나, 이들 기업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들 기업이 중고 반도체 기계를 시장에 내놓는 대신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비 판매가 중국, 러시아로 흘러 들어갈 경우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와 러시아 제재 정책에 반할 수 있어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와드와니 AI·첨단기술센터의 그레고리 앨런 소장은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장비가 중신궈지(SMIC)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미국 제재를 받는 중국 반도체 업체에 들어간다면 한미 관계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임박했기에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반도체법상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 반도체 노후 장비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FT도 미국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시행한 이후인 2022년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고 반도체 장비를 보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편 중고 장비를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기업들의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업체들 외에 다른 한국 업체 중에서도 가전제품 및 자동차용 구형 반도체 생산에 노후 장비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 업체들에도 판매를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는 탓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 인텔, 마이크론도 레거시(범용) 장비는 중국에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에 수출 제한을 강요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