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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가 지난 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손 검사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26일 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끝에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심문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해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후폭풍은 거세다. 당초 공수처는 사전 대면조사조차 하지 않은 손 검사에 대해 지난 20일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됐지만, 3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새로운 핵심 단서를 포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 영장이 기각되면서 그간 공수처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가 사실상 ‘공회전’했다는 불신을 키운 꼴이 됐다.
공수처는 단적으로 구속영장에 고발장의 최초 작성자를 ‘설명 불상의 직원’으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작성자를 명확히 밝히지도 못한 상태에서 수사의 종착지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개입 여부를 밝힌다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역풍 불가피…이성윤 회자되며 ‘존폐론’까지
미흡한 수사역량은 물론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구심까지 키웠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이미 손 검사 측은 “정치적 중립의무를 저버리고 명백히 야당 경선에 개입하는 수사를 하겠다는 정치적 의도”라고 맹공을 펼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공수처의 조급한 구속영장 청구의 배경에 집권당의 압박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다른 변호사는 “검찰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수처가 오히려 권한을 남용한 꼴이 됐다”며 “도입 취지에 걸맞지 않는 행태가 이어진다면 존폐론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 지난 3월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황제면담’ 논란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과 관련, 핵심 피의자인 이 고검장을 불러 면담하면서 관용차를 제공한 사실이 알려져 공정성과 정치적 편향에 대한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국민적 여망을 통해 출범한 공수처는 그 어느 조직보다 정치적 중립성이 강조되지만, 정작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은 이에 대한 책임감이 약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