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 시장 판도 바꿀 '게임체인저'

■미래기술25-전고체 배터리①
액체 전해질, 충·방전 속도 빠르지만 위험성 높아
고체 전해질, 화재·폭발 위험성↓..에너지 밀도↑
차세대 배터리의 핵심도 '고체 전해질'
제조 공정, 이온 이동성 높이는 숙제 남아
  • 등록 2023-10-24 오후 5:00:00

    수정 2023-10-24 오후 7:28:19

흔히 전고체 배터리를 두고 향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게임체인저’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전고체 배터리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적인 리튬이온 배터리와 다르게 전해질이 고체라는 점인데요. 고체 전해질은 액체 전해질에 비해 안정적이며 화재나 폭발 위험이 적습니다. 그러다보니 배터리 전압과 용량 등 에너지 밀도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1회 충전에 따른 주행거리는 물론, 수명도 늘어나게 되는 겁니다.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가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이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입니다. 국내외 배터리 업체들이 앞다퉈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편집자주]

[그래픽=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전고체(全固體) 배터리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이 고체화된 배터리를 말합니다. 전고체 배터리를 얘기하기에 앞서 먼저 현재 전기차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살펴보겠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하는 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배터리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크게 양극, 음극, 전해질, 분리막으로 구성됩니다.

우선 양극재는 리튬 이온을 저장하고 방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는 다양한 양극 소재가 사용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소재로는 리튬·코발트 산화물(LiCoO2), 리튬·니켈·코발트·알루미늄 산화물(LiNiCoAlO2), 리튬·망간 산화물(LiMn2O4), 리튬·철·인산염(LiFePO4) 등이 있습니다. 음극재는 리튬 이온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합니다. 음극 소재로는 흑연이 가장 많이 사용되며 최근에는 실리콘, 그래핀 등 새로운 소재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전해질은 리튬 이온의 이동을 돕는 역할을 하며,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이 직접적인 접촉을 막아 단락(합선)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전해질에는 리튬염을 넣은 액체 유기용매, 분리막은 일반적으로 폴리프로필렌(PP)이나 폴리에틸렌(PE)으로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우리가 살펴볼 것이 전해질입니다. 전해질은 리튬 이온의 ‘통로’ 역할을 합니다. 배터리 충전 중에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리튬 이온들이 전달돼 화학 반응에 참여하고, 방전 중에는 반대로 음극에서 양극으로 리튬 이온들이 이동하면서 전기에너지를 생성합니다.

현재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전해질은 액체 형태입니다. 액체 전해질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이온 전도성과 제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액체 전해질을 통해 이온들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서 빠른 충방전 속도와 높은 출력 전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액체 전해질은 급격한 온도 변화나 강한 내·외부 충격, 또는 과충전이나 과방전 등으로 화재나 폭발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는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데 한계점으로 지적됩니다. 또 온도가 낮아지면 액체로 이뤄진 전해질을 이동하는 리튬 이온의 이동 속도가 느려지면서 배터리 성능이 떨어집니다. 겨울철에는 주행거리가 크게 줄어드는 이유이죠.

고체 전해질, 에너지 밀도 높이고 안정성도 확보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것이 전고체 배터리입니다. 전해질이 고체로 바뀌면 우선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고체 전해질은 온도 변화에 따른 증발이나 외부 충격에 따른 누액이 없고, 부피 팽창 우려도 없어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에너지 밀도를 높여 배터리 용량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흔히 리튬이온 배터리에서는 4대 소재가 절반, 패키지가 절반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핵심 소재로 이뤄진 기본 단위를 ‘셀(cell)’이라고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여러 개의 셀을 외부 충격이나 열, 진동 등에서 보호하기 위해서 프레임에 넣고 ‘모듈(module)’을 만듭니다. 또 여러 개의 모듈을 묶어 발화·폭발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냉각(cooling)시스템, 배터리관리시스템(Battery Management System, BMS)등을 더해 ‘팩(pack)’으로 만듭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하지만 전해질이 고체가 되면 우선 4대 핵심 소재(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질)가 아닌 3대 핵심 소재(양극재·음극재·고체 전해질)로 줄어듭니다. 고체이기 때문에 양극과 음극 사이를 물리적으로 가로막고 있던 분리막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패키징도 단순화됩니다.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더해지는 각종 패키징을 덜어내면 부피도 줄고 무게도 현저히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같은 크기의 배터리 팩이라면 더 많은 셀을 채워넣을 수 있는거죠.

간단하게 말하면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는 겁니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1회 충전시 500~600km 주행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전고체 배터리는 주행거리가 1000km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 불필요하게 발생하는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부품들의 원가 비중을 살펴보면, 실제 배터리 성능을 좌지우지 하는 4가지 핵심 소재에 투입되는 원가 비중은 약 36%에 이릅니다. 나머지 부분이 64%으로, 말 그대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죠.

리튬메탈·리튬황배터리 핵심은 ‘고체 전해질’

물론 액체 전해질이 고체로 바꼈다고 해서 에너지 밀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전고체 배터리가 ‘차세대 배터리’라고 불리는 또다른 이유는 고체 전해질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새로운 배터리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리튬메탈배터리와 리튬황배터리입니다.

리튬메탈배터리는 음극에 흑연과 실리콘 대신 리튬메탈을 적용해 에너지 밀도를 향상하는 구조입니다. 음극재는 배터리에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방출하는 역할을 하는데, 양극재에서 아무리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더라도 음극재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리튬메탈은 현재까지 파악된 음극물질 중 가장 높은 에너지밀도를 갖고 있습니다. 또 리튬은 지구에서 가장 가벼운 금속 중 하나입니다. 동일한 무게라면 흑연 대비 50% 이상 많은 리튬이온을 저장할 수 있는 만큼 배터리가 차지하는 공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리튬메탈 배터리는 충·방전을 거듭하면서 이온이 불균일하게 리튬 금속과 접촉하며 음극 표면에 적체되면서 뿌리처럼 자라나는 덴드라이트 현상 때문에 분리막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결정체가 분리막을 뚫고 양극에 닿으면 내부 단락이 발생,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이온의 움직임을 통제하기 쉬운 고체 전해질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배터리팩 공정(출처:LG에너지솔루션)
리튬황배터리의 경우 현재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양극재로 주로 쓰이고 있는 값비싼 코발트 대신 황을 사용하는 배터리인데요. 황은 높은 에너지 밀도와 저렴한 가격, 가벼운 무게가 큰 장점입니다. 여기에 코발트, 니켈 등의 희귀 금속 재료를 사용하지 않아 리튬황배터리는 친환경 배터리로 조명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튬황배터리 역시 충·방전 과정에서 황과 리튬이 반응해 발생하는 황화리튬(리튬폴리설파이드)이 쉽게 전해질에 용해되면서 음극과 직접 반응해 새로운 표면층을 생성합니다. 이는 리튬 이온의 이동을 방해하고, 계속 축적되면 결국 분리막을 손상시키기도 합니다. 이 또한 고체 전해질이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기 위해선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우선 고체 전해질의 소재, 활물질과 전해질 사이의 높은 표면 저항(계면 저항), 새로운 제조 공정 등을 고민해야 하는데요. 아무래도 리튬 이온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고체 격자 사이를 이동하기 때문에 액체에 비해 고체 전해질은 이온 이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온 전도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해질과 양 극판의 접촉을 최대화하고 접촉면에서의 저항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현재 고체 전해질 소재의 경우 황화물계, 산화물계, 고분자계 등을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빨리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이온 전도도가 가장 뛰어난 황화물계입니다.

고분자계의 경우 생산은 쉽지만 이온 전도도가 낮고 저온 환경에서 성능이 저하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산화물계는 안정성이 우수하고 비교적 높은 이온 전도도를 보이지만 고온 열처리 공정이 요구돼 생산 용이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황화물계도 수분에 취약하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수분에 노출되면 유독가스인 황화수소가스가 발생합니다. 이에 대한 관리 및 공정 시스템을 갖춰야지만 비로소 상업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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