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국민의힘이 8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한 지 205일 만에 김기현 신임 당대표를 선출하며 정식 지도부를 꾸렸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경쟁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를 넘어 고발까지 이어질 정도로 증폭된 갈등을 해소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앞서 당대표 경선에선 김 대표를 향해 ‘울산 KTX 역세권 땅 시세 차익’ 의혹부터 대통령실 행정관의 당무 개입 논란까지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김기현 캠프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울산 땅 시세 차익 의혹을 수사 의뢰했다. 안철수 당대표 후보 캠프는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관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당대회에서 고발까지 간 경우는 그동안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전당대회 이후 후폭풍이 상당할 수 있다”며 “김기현 신임 대표가 당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가 1차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당 대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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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호(號)’ 최대 과제는 내년 총선 승리가 될 전망이다. 김기현 대표는 당과 대통령 지지율을 각각 55%, 60%로 끌어올려 내년 총선에서 180석을 목표로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집권여당은 말로 아닌 일로 정치해야 한다”며 “민생을 해결하고 개혁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당과 대통령이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김 대표에게 주어진 공천권이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 때문에 항상 갈등이 있었다”며 “공천을 투명하게 했다는 명분을 얻어야 전당대회 잡음이 총선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김 대표는 집권여당으로서 당정을 이끌고 대통령과 민심 사이에서 소통하는 역할도 맡는다. 김 대표는 경선 내내 당내 친윤(親윤석열 대통령)계 의원의 지지를 받으며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그도 당정 일체론에 공감하며 윤 대통령과의 소통·화합을 강조했다.
엄경영 시대연구소장은 “여당 지도부는 대통령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면서도 “당 지도부로서 또 다른 의무인 차기 선거에서의 승리 기반을 닦기 위해선 당 자율성이 커야 하는데, 그 기능이 약화할 수 있어 최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