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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발진 증거 어떻게 확보했나… 무인기 남하는 정찰 목적
군 당국은 무인기 중간조사 발표 이후인 지난달 14일 한미 공동조사전담팀을 구성, 무인기에 입력된 위성항법장치(GPS) 정보를 해독했다. 중간조사에서 은폐가 가능한 하늘색 색상의 기체, 국내 미등록 지문 발견, 긴 항속거리 등이 북측 소행을 입증하는 증거로 제시됐으나 결정적 증거(Smoking Gun)가 발견되지 않은 때문이다. 무인기가 발진하고 복귀할 곳을 입력한 GPS 정보가 확보되면 북한 소행임을 결정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는 게 군의 판단이었다.
한미 공동조사전담팀은 무인기에 장착된 메모리 칩을 다른 장치에 연결해 데이터를 추출했다. 중국산 메모리칩의 경우 정보 추출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조사결과 추락 무인기 3대는 모두 우리 군사시설 상공에서 7~9초 간격으로 사진을 촬영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특히 북한에서 발진해 다시 원위치로 복귀하도록 입력돼 있어 공동조사팀은 북한이 남측 군사시설에 대한 정찰용도로 무인기를 보낸 것으로 결론지었다. 우리군의 대응능력을 시험하고 교란하기 위한 의도였다면 복귀 지점이 남측으로 설정돼 있어야 한다는 게 군의 판단이었다.
북한 무인기가 정보수집 용도로 우리 상공을 비행한 것으로 밝혀지자 군은 북한의 행위를 상호 협정과 합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경고조치를 취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정협정(1953.7.27) 제2조 16항에는 ‘공중 군사역량(항공장비)은 비무장지대와 군사통제 아래 한국지역 등의 상공을 존중할 것’을 정해놓고 있다. 또한 △‘남북불가침 부속합의서(1992.9.17)’ 제1장 2조에는 ‘남북이 무력이나 어떤 수단으로도 상대방 관할 구역을 침입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군 당국은 북한의 무인기를 탐지-타격할 수 있는 장비를 긴급 도입하기로 했다. 10대 미만의 이스라엘제(라다) 저고도레이더 RPS-42 등을 청와대와 주요군사시설 등에 배치하고, 독일제 레이저무기를 도입해 소형무인기를 타격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육군은 TPS-830K 저고도레이더를 쓰고 있지만 이는 북한의 침투용 항공기인 AN-2 등을 포착하는 용도여서 소형 무인기를 탐지·요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도방위사령부는 지난해 4월과 10월 두 차례 소형 무인기 탐지-요격 테스트를 실시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군 당국의 대책이 북 무인기의 위협수위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핵 소형화 능력과 미사일 정교화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인기에 대한 대비에 예산과 자원을 할애할 경우 국방력이 분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무인기는 치명적인 공격력을 갖고 있다거나 전투의 양상을 바꿀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라며 “한미연합 전력을 활용, 최소 장비로 대응해도 충분하다. 많은 돈을 들여 대비하는 것은 국방력 낭비”라고 말했다.
반면 무인기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다 화학무기 탑재 등을 통해 광역살상 무기로 활용이 가능한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대영 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은 “북한 무인기가 조악하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만약 생물학 무기를 탑재하면 작은 양으로도 살상이 가능한 능력도 갖출 수 있다”면서 “앞으로 북한의 무인기 기술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저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