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싸움에 추경 묶인 성남·오산, 지방의회는 이미 '총선전'

성남시 '분당보건소 문제'로 시의회 연이은 파행
오산시 '체육회장 발언' 논란 3주 넘게 이어져
양 지자체 모두 지난달 의회서 3차추경 의결 불발
총선 앞두고 중앙 예속된 지방의회 과열 양상 지적
  • 등록 2023-10-04 오후 4:15:49

    수정 2023-10-04 오후 7:44:58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경기도내 지방의회 곳곳에서 거대 양당간 갈등으로 의회 일정이 파행을 맞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있는 경기 성남과 오산에서는 집행부와 시의회 더불어민주당간 대립각이 심화되면서 올해 3차 추경 예산안이 발목 잡히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 같은 갈등의 배경으로는 총선을 앞두고 극한 정쟁을 펼치고 있는 중앙 정치권에 예속된 지방의회의 구조적 문제가 거론된다.

4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성남시의회의 경우 분당보건소 현 부지 신축을 추진하는 신상진 성남시장에 민주당이 제동을 걸며 지난달 19일 제285회 임시회에서 3차 추경안이 의결되지 못한 채 회기가 끝났다.

성남시의회 본회의장 전경.(사진=성남시의회)
앞서 성남시는 이재명, 은수미 전임 시장 재임 기간 중 노후화된 분당보건소 이전 신축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신상진 시장이 선출된 후 현 부지에 신축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선회했다.

이에 반발한 민주당이 이번 성남시 3차 추경 예산안에 집행부가 편성한 ‘분당구보건소 신축기본구상 및 건축계획 용역’ 1억1500만 원을 전액 삭감하려 했으나, 국민의힘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자 지난 19일 본회의 추경안 의결에 전원 불참하면서 이번 사태가 촉발된 것이다.

이후 성남시의회는 지난달 26일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고 3차 추경안 처리를 논의하려 했으나 양당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추경안 의결은 또다시 미뤄졌다.

성남시의회는 지난해 국민의힘 소속 박광순 의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구속되면서 국민의힘 17석, 민주당 16석으로 꾸려져 있다. 민주당과 합의 없이는 본회의 의결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오산시체육회장의 ‘의회 경시’ 발언이 집행부와 시의회간 대립으로 이어져, 3차 추경안 처리가 미뤄진 오산시의 상황도 성남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오산시의회는 지난 13일 열린 제278회 3차 본회의에서 성길용 시의장이 “체육회장의 도를 넘은 행위에 대해 시의회는 이권재 시장의 재발 방지 약속과 체육회장 사퇴 시까지 본회의를 무기한 정회하겠다”고 말하고 정회를 선포, 이날 자정을 넘기며 회기가 자동 종료된 바 있다.

오산시의호 본회의장 전경.(사진=오산시의회)
이로 인해 시가 제출한 3차 추경안을 비롯해 오산도시공사 설립 관련 조례안 등 38개 안건이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하게 됐다.

이권재 오산시장과 성길용 시의장은 추석을 앞둔 지난달 27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추경안과 조례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임시회에 합의했으나 이 역시 백지장이 됐다.

시장과 시의장 합의로 열린 4일 오산시의회 임시회가 다수당인 민주당측의 반발로 회기 시작 9분만에 정회되면서다. 이날 오산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5분 발언 등을 통해 연휴 전 이뤄진 이 시장과 성 의장의 합의를 ‘밀실 야합’으로 규정했고, 이에 국민의힘측 의원들이 반발하자 성길용 의장은 회의 시작 9분 만에 정회를 선포했다.

오산시의회는 민주당 의원 5명, 국민의힘 2명으로 극단적 여소야대 구조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의회 파행 근본적 원인이 체육회장 발언 이면에 이권재 시장이 추진하는 오산도시공사 설립을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는 이야기마저 도는 실정이다.

일부 지방의회에서 발생하는 이 같은 사태에 대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방의회가 중앙정치에 끌려가면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규정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이전에도 중앙정치에서 여야 갈등이 심해지면 지방의회에서 덩달아 싸우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간 정쟁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에 지방의회에서도 ‘모 아니면 도’식의 극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제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며 “이런 구조를 바꾸려면 관련 법규를 바꿔야 하는데 그 법도 국회에서 다루다 보니 거대양당이 주도하는 국회가 그걸(법 개정) 할리가 없다. 이미 문제 제기도 돼 있고 개선방향도 나왔지만, 국회의원들 원치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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