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제주)=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인공지능(AI) 시장은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시장입니다. 그간 제품(하드웨어) 성능을 경쟁하던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변모하려면 소프트웨어 시장을 선도해야 합니다. 기업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죠. 그 어느때보다 산학연의 시너지가 필요합니다.”
| 이혁재 대한전자공학회 회장 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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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 대한전자공학회 회장(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대한전자공학회가 지난달 30일 롯데호텔 제주에서 개최한 ‘2023 하계종합학술대회’ 도중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생성형 AI 시장을 선점하는 엔비디아의 성공 원인을 자체 개발한 플랫폼인 쿠다(CUDA)로 지목하며, 우리나라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들도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개발자들이 AI 개발을 하기 위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GPU 가속화 플랫폼인 쿠다도 써야 하며. 결국 엔비디아는 자사만의 AI 생태계를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먼저 우리나라 팹리스들의 기술력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우리 팹리스들이 서버형 반도체뿐 아니라 엣지형 반도체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엣지형 반도체는 신경망처리장치(NPU)로 분류되며 자율주행차, AI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 회장은 “하드웨어 분야는 계속해서 성장 중이며 NPU는 충분히 GPU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가 아직 약하다”며 “엔비디아 시장 점유율을 추격하기 위해선 쿠다를 앞설 소프트웨어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했다.
생성형 AI 열풍 속에 정보기술(IT) 업계가 앞다퉈 A100, H100 등 고가의 엔비디아 GPU를 채용하고 쿠다를 사용 중이지만, 이는 고비용·고전력 구조여서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국내외 업계는 보고 있다.
이어 “그간 우리나라 기업들은 패스트 팔로어로서 하드웨어 성능 비교로 힘겨루기를 해온 반면 외국기업들은 하드웨어 성능 개발은 물론 소프트웨어 선점을 통한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기존 AI 반도체 사업의 경우 하드웨어 개발을 목표로 진행했다면 AI 반도체의 적용을 위해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국산 AI 반도체로 대용량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국산 AI반도체의 시장 수용성을 높이고 국내 클라우드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초거대 AI모델 컴퓨팅 구축과 국산 AI반도체 소프트웨어 원천 기술 등을 개발한다.
그는 끝으로 “정부의 투자지원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팹리스 연구개발을 도울 수 있다”며 “팹리스 입장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실제 데이터센터와 서비스에 적용해 검증된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같은 시행착오 비용을 학계에서 부담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