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걱정 없는 전고체 배터리.."전기차엔 2030년 이후에나 활용가능"

데이터센터 화재로 안정적인 '전고체 배터리' 주목
2030년 이후 상용화 시작 전망..기술 수준 격차
과기부, '차세대 전지 전략' 수립..핵심 기술 개발 추진
  • 등록 2022-11-02 오후 5:08:45

    수정 2022-11-02 오후 9:24:32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판교 데이터센터 사고로 카카오 서비스가 ‘먹통’이 되면서 생활이 불편해졌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됐던 리튬이온전지(리튬이온 배터리)는 데이터센터의 전원공급시스템을 비롯해 전기차, 휴대전화기, 전동공구로 쓰인다. 하지만, 화재에는 취약하다. 노후화 돼도 화재 위험성이 적은 ‘꿈의 배터리’는 없을까.

전고체전지(전고체 배터리)는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을 받는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후속 조치로 중장기적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언급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도 이차전지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한 만큼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학·연 전문가들은 국민이 기대하는 시점과는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등에 전고체 배터리를 쓰거나 하는 시점은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앞서 도요타 자동차 등에서 전고체 배터리 도입 시점을 2020년대 초반으로 제시했다가 개발 일정을 늦췄고, 국내 기업들도 2020년대 하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기술적으로 개발 단계에 있어 사람에 대한 안전성을 별도로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추가로 시간도 필요하다.

박찬진 전남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리튬이온 배터리도 상용화까지 20년 넘게 걸렸고, 개발 단계에 있는 전고체 배터리도 마찬가지로 기술적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며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할 차세대 주자이지만 리튬이온전지 대비 가격 측면에서 쓸 장점이 있는지를 계속 검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장점 갖춰

그렇다면, 전고체 배터리 개발은 왜 필요할까.

우선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로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이 필요하다. 그런데, 전고체 배터리는 가장 가능성이 큰 배터리로 손꼽힌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 음극, 분리막, 액체 전해질로 구성된다. 이때 들어가는 액체 전해질은 온도가 높아지면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거나 외부 충격에 따라 액체가 흘러나와 위험할 수 있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 음극, 고체 전해질로 구성돼 구조적으로 단단해 안정적이며,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구성물질에 따라서는 황화물계, 산화물계, 고분자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현재 수분 안전성, 전지 셀 가공성, 이온전도도(이온전달속도)와 같은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이뤄지는 단계다.

박준우 한국전기연구원 박사는 “전고체 배터리는 이론적으로 불이 날 가능성이 없어 리튬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냉각 장치 같은 부품을 넣지 않아도 돼 상대적으로 부피도 줄일 수 있다”면서 “아직 전해질 등의 가격이 비싸고, 출력도 낮아 앞으로 양극, 음극, 고체 전해질 등 요소 기술이 함께 발전해 조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원천기술 개발 등 연구개발 투자는 확대 전망

전고체전지를 포함한 연구개발 투자는 최근 5년간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녹색기술센터의 ‘최근 5년간 전고체전지 연구개발 투자현황’ 조사 자료에 따르면 과기정통부의 투자금은 △50억원(2017년) △78억원(2018년) △81억원(2019년) △78억원(2020년) △113억원(2021년)으로 2020년을 빼고 매년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투자금도 △47억원(2017년) △49억원(2018년) △36억원(2019년) △120억원(2020년) △159억원(2021년)으로 2019년을 빼고 매년 증가했다.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이차전지 연구개발 투자현황’ 자료에서도 내년 주요 부처(과기정통부, 산업부, 국토부)의 예산안(정부안)도 올해보다 28% 늘어난 968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과기정통부의 예산이 줄었다. 하지만 산업부, 국토부 예산이 늘었다.

과기정통부, 산업부 등에 따르면 모빌리티, 우주, 해양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물배터리’를 목표로 ‘K-배터리전략(산업부)’에 따른 공급망 확보, 기업 육성 등의 지원이 이뤼지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이차전지를 포함해 신청한 탄소중립 관련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이 탈락해 일시적으로 예산이 줄었다.

하지만, 연말까지 ‘차세대 전지 초격차 R&D전략’을 수립해 앞으로 5~10년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핵심기술 개발 투자 방향성과 전략을 만들 계획이다. 전략안에는 리튬이온전지의 성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안전성, 에너지 밀도, 충전 시간 등을 늘리기 위해 민관이 합동으로 전고체전지 개발을 하는 내용이 들어갈 예정이다. 사업 내용도 구체화해 예산을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최근 발표된 ‘국가전략기술’에 이차전지가 지정되고, 50개 세부 중점기술에 전고체전지 개발도 중장기 과제로 포함돼 분위기는 좋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전략기술 확정과 연말 전략기술 로드맵에 따라 민관이 사업을 다시 기획할 계획”이라며 “이차전지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만큼 정부의 긴축 재정 속에서도 관련 사업 예산을 먼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로드맵 수립을 발판으로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해 원천기술 개발 투자가 전략적으로 이뤄지고,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기를 희망했다. 정경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에너지저장연구센터장(차세대 전지 초격차 R&D전략 수립 기획실무위원장)은 “업계에서는 2030년께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다고 예상한다”며 “앞으로 리튬이온전지 소재를 개량한 연구를 비롯해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셀, 폐 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금속 회수 등 각종 기술 개발이 이뤄져 우리나라가 신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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