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디지털, 키오시아 200억달러에 인수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웨스턴디지털이 이르면 내달 중순 키오시아를 약 200억달러(약 23조3500억원)에 인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WSJ는 키오시아는 애초 계획대로 기업공개(IPO)에 나서거나 다른 회사와의 합병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웨스턴디지털과 키옥시아의 합병설은 올해 3월부터 제기돼왔다. 키오시아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서버 등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제조한다. 원래 도시바의 사업 부문이었지만 재무위기로 분사한 뒤 2018년 미국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 등이 만든 한미일 컨소시엄에서 180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이번 딜이 성사된다면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의 지형이 과점체제로 바뀐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집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의 업체별 점유율은 삼성전자(33.4%)가 1위다. 뒤를 이어 △키오시아(18.4%) △웨스턴디지털(14.2%) △SK하이닉스(000660)(12.2%) △마이크론(11.9%) △인텔(7.4%)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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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거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메모리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아직 높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미국 기업들이 반도체산업에 집중할 경우 격차는 예상보다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 특히 반도체 패권전쟁에 나선 미국은 일본 기업과 보다 끈끈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호재도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이 과점체제로 재편되면 완전경쟁 상태보다 경쟁이 줄어들어 기업간 출혈 경쟁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 현상이 줄어들면서 낸드 가격 변동성도 줄일 수 있다. 반도체업체로서는 공급과 수요 사이클에 따라 가격 변동이 반도체가 안정된 가격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전 고위간부는 “2위와 3위간 기합 결합으로 인해 낸드플래시 시장은 고집중 시장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면서 “과점 기업들끼리 협조적으로 가격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경쟁당국은 이를 쉽사리 승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패권 전쟁을 나선 미국이 이번 거래를 승인하더라도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 순수히 허가를 내줄 가능성이 적다는 얘기다. 중국은 2018년에도 미국 퀄컴의 네덜란드 NXP반도체 인수를 무산시켰다. 미국 역시 사실상 남은 마지막 대형 반도체 기업 매각을 순수히 허용할지도 변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램처럼 낸드플래시시장도 3파전으로 갈 것으로 시장은 예상해왔다”면서도 “반도체가 각국 안보와 결부된 상황에서 경쟁당국을 통한 힘겨루기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