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양승태 대법원장 사법연수생 수료식 연설

  • 등록 2016-01-18 오후 4:14:48

    수정 2016-01-18 오후 4:14:48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양승태(68) 대법원장이 18일 열린 사법연수원 수료식에 참석해 연설했다. 양 대법원장은 연수원생에게 “자신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변화된 시대의 새로운 영역을 열어나가는 개척자 정신을 가지라”고 주문했다.

다음은 양 대법원장 수료식 연설 전문.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생 여러분. 2년 동안의 밀도 높은 연수과정을 충실히 마치고 새해에 법조인으로서 출발선에 선 여러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환영합니다. 아울러 수료생들이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따뜻한 격려와 지원을 보내주신 가족?친지 여러분과 새로운 법조인의 양성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으신 사법연수원 교직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친애하는 수료생 여러분. 이제 여러분은 ‘사법연수원’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그동안 갈고 닦은 능력을 마음껏 펼치게 될 것입니다. 본격적인 법조인의 길에 들어서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먼저 각자 법조인이 되고자 했던 첫 마음을 떠올려 보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힘들었던 수험생활과 쉽지 않았을 사법연수원 과정을 감내할 수 있었던 근저에는 자신이 꿈꾸었던 법조인의 이상적인 모습과 법조인이 되려고 했던 소중한 이유가 자리 잡고 있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소망해왔던 법조인의 꿈을 이루게 된 지금, 과거의 결심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는 것은 향후 법조인으로서 자신의 삶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여러분이 법조인으로 성장하기까지 국가와 사회 전체의 보이지 않는 많은 지원과 도움이 있었다는 점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법시험 합격자 모두를 상당한 직위의 사법부 공무원으로 임명하여 2년 동안 연수를 받게 한 것은 국민들에게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혜택의 이면에는 여러분이 미래의 법조인으로서 어떤 직위나 직역에 있든지 간에 언제나 공공의 이익과 사회 정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가 내재되어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법조인으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국민들의 기대와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여러분들의 멋진 모습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새 법조인 여러분. 우리 사회가 고도로 발전하고 민주주의가 정착됨에 따라 법조인의 조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급격히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곧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민주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해관계의 충돌을 합리적인 규범을 통해 슬기롭고 해결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법조인들에게 더욱 강하게 요구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법조인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법의 적용과 운용을 책임지는 직분으로서, 우리 사회 곳곳에 ‘법의 지배’라는 가치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법치주의를 수호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직역에 종사하는지에 관계없이 일반 국민들은 여러분을 단순히 법조인 중 한 사람으로 인식하기보다 법조계 전체를 바라볼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가 법조인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성찰하면서, 법조인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염두에 두고, 언제 어디서나 신중히 행동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여러분은 단순히 ‘법률 전문가로서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라는 잣대로만 평가되지 않고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과 정의감, 인간의 삶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고매한 인품과 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품격을 통해 많은 이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얻는 것 자체가 중요한 역량으로 평가될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고 발전시킴에 있어, 이러한 점을 늘 염두에 두면서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법조인의 역할에 걸맞은 인격을 연마하는 일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한편 우리 사회의 급격한 변화의 물결은 법조계에도 예외 없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벌써 10여 년 전부터 매년 천 명 이상의 법조인이 지속적으로 배출되었고, 법조인 양성제도의 변화에 따라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된 지난 수 년 동안은 신규 법조인이 연간 2천 명 내외에 이르면서, 작년 연말 기준으로 등록된 변호사 수가 2만 명을 넘었으며, 불과 2~3년 후에는 전체 법조인의 수가 3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법조일원화와 평생법관제의 흐름은 이미 정착되는 단계에 이르렀고, 법률시장 개방에 따라 외국 변호사의 국내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음은 물론 우리 법조인의 국제기구와 해외 법률시장에의 진출 또한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변화는 새내기 법조인 여러분에게 불안감과 당혹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까지 국민들이 법률서비스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단순히 과거의 법조인에게 주어졌던 역할에 머무르거나 안주할 것이 아니라, 법조인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요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와 창의적인 발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된다고 할 것입니다.

여러분에게는 영명한 두뇌와 젊음, 그리고 패기라는 큰 재산이 있습니다. 여러분 앞에는 끝없이 변화하며 확장되어가는 드넓은 미지의 세계가 여러분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으로 안락한 생활을 누리는 인생은 자신의 인생이 아니라 그저 선대 인생의 연장일 뿐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변화된 시대의 새로운 영역을 열어나가는 개척자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여러분에게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습니다.

발명왕 에디슨이 실험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안 되는 방법을 하나 더 알아냈을 따름이다’라고 말했듯이, 그 과정이 힘들고 어렵고, 또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여도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실하게 발휘하는 길임을 잊지 맙시다.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생 여러분. 이제 여러분은 법조계의 넓은 들판으로 나아가, 지난 오랜 시간 동안 법조인이 되기 위해 준비해왔던 자신의 모든 역량을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유감없이 보여줄 것을 기대합니다. 열정과 패기를 바탕으로 한 여러분의 빛나는 활약에 힘입어 법조계 전체가 한 단계 도약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여러분의 앞날에 무궁한 영광과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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