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지분인수를 위해 설립한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지난달 18일부터 전날까지 고려아연 28만여주(1.36%)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이에 따라 영풍과 MBK 연합 측 지분율은 총 39.83%로 늘었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로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지분율은 44.19%로 올라간다.
유상증자가 물건너간 만큼 최 회장 측은 의결권 위임을 받는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영풍과 MB 측이 법원에 제기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가 인용되면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내년 1월이면 임시 주총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영풍 연합 측이 추천한 14명의 신규 이사가 임시 주총에서 선임될 경우 이사회 장악을 통해 고려아연 경영권을 쥐게 된다.
결국 이들이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경영 능력과 비전에 손을 들어줄지 영풍과 MBK가 주장하는 거버넌스에 가산점을 줄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은 표 대결에서 투자자들이 당장의 투자수익 회수 보다는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비전, 향후 사업협력의 필요성을 고려해 의결권 행사를 결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3월 열린 고려아연의 주주총회에서도 당장의 배당금 수익 확대보다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경영진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회는 1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을 의결했고, 영풍은 1주당 1만 원의 안건을 올렸다. 결국 고려아연 이사회 원안이 62.74%의 찬성을 받아 통과했다. 당시 영풍 측 지분이 약 32%가량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풍 측을 제외한 대부분 주주가 단기 배당금 확대보다는 향후 기업 가치 제고에 손을 들어줬던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국민연금 역시 고려아연 측의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기 투자 수익이 기준이 되는 공개매수와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더욱 중점적으로 따지는 주주총회 표 대결은 양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그간 MBK가 공개매수 제도를 노련하게 활용해 선방했지만 이제 남아 있는 주주들의 경우 단기 이익보다는 고려아연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따지는 투자자이거나 사업 협력이 필요한 이들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