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공포가 시장에 휩쓸면서 하이일드 채권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정크본드(투기등급 고수익 회사채)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실리콘밸리은행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 이후 투자자들이 투기등급의 정크본드에 대한 투자를 회피하고 있다.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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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정크본드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투자등급 최상단에 있는 BB등급의 미국 채권 평균 수익률은 3월 중순 최고치인 7.5%에서 이날 6.8%로 떨어졌다. 이는 2월초 수준에 근접한 수준이다.
반면 CCC 등급 이하의 채권 수익률은 현재 15.3%로 최고치인 지난달 20일(15.6%)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두달 전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채권 수익률은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데 정크본드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줄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채가 많은 기업들이 채무불이행을 할 수 있다는 우려로 투자자들이 투기성 채권에 다시 뛰어들고 있는 것을 꺼리고 있는 셈이다.
도이체방크의 유럽·미국 신용전략책임자인 스티브 카프리오는 “투자자들이 경기 후퇴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미국의 경제 성장과 수익이 다수 둔화될 경우, 투자자들은 지금보다 더 우량한 채권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격차는 지난달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위기로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가 불거진 이후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더 낮은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BB등급의 채권을 매입하려고 하고 있다. 국채와 BB등급 채권 간 스프레드(수익률 격차)는 3.66%포인트에서 2.9%포인트로 줄었다.
반면 트리플C 등급 스프레드는 11.41%포인트로 3월24일(11.86%포인트)보다 줄었지만, SVB가 파산한 3월9일 수준을 웃돌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신용전략가인 로피 카루이는 “자금조달 옵션이 많은 우량 대기업과 규모가 작고 옵션이 부족한 기업간 채권발행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