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을 타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던 폐기물 업체 인수 열기가 아이러니하게도 ESG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치솟던 폐기물 업체 M&A(인수합병)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도 업계 안팎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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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6월 2151억원에 인수계약 공시를 냈던 클렌코 인수를 마무리하지 않았다. 비슷한 기간 인수 의사를 알렸던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디디에스 △도시환경 △이메디원 △그린환경 등 폐기물 중간처리 업체 6곳과 비교되는 행보다. SK에코플랜트가 최근 3년간 인수한 폐기물 업체 가운데 환경시설관리(1조5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였기에 관심이 쏠렸다.
충청북도 청주시에 있는 클렌코는 1998년 설립돼 일반·건설 폐기물 처리 및 폐열을 이용한 스팀 생산 등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지난해 6월 당시 클렌코 인수 계약 공시를 보면 “취득 예정일자는 2021년 9월 중”이라면서도 “진행사항에 따라 변동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8개월째 인수를 마무리하지 않은 것을 두고 사실상 인수 철회로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난히 흐르는 듯 보였던 클렌코 인수가 부침을 겪게 된 데는 클렌코와 청주시가 벌이고 있는 법적 공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청주시는 클렌코가 지난 2017년부터 폐기물을 허용한 물량보다 131~294% 과다 소각했다는 사실을 적발하고 허가취소 명령을 내렸다. 이에 클렌코가 불복하며 청주시와 행정 소송을 벌였고 클렌코가 1심과 2심, 대법원까지 모두 승소했다. 법리공방 리스크를 털어내자 매각 작업도 순조롭게 가는 듯 했다.
법적공방 장기화…무단증설·환경오염 이슈 관건
그러나 청주시가 2020년 4월 클렌코의 소각시설 무단 증설을 이유로 재차 허가 취소 처분을 내리며 행정소송으로 또 만났다. 그러던 지난해 11월 청주지법 행정1부가 ‘클렌코의 영업 허가를 취소한 청주시의 결정이 정당하다’고 판결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클렌코는 1심 판결에 즉각 항소에 나섰고 양측은 오는 23일 ‘폐기물 중간처분업 허가취소 처분 및 폐기물 처리명령 취소청구 소송’ 2심 관련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해당 이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청주시와 클렌코의 법적 공방은) 지역사회에서 상당히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이슈 가운데 하나”라며 “양측 모두 최종 승소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ESG 바람을 타고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폐기물 업체가 ‘ESG 리스크’에 발목 잡혔다는 점이다. 실제로 청주시에서는 클렌코의 과다 소각과 무단 증설 이슈에 더해 근로자 추락사와 관련해서도 법적 공방을 벌였다. 여기에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집단 암 발병을 두고 환경부가 재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지역 시민 단체가 이와 관련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면서 지역 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해마다 늘어나는 폐기물 처리를 통한 ‘ESG 키워드 부합’이라는 당초 취지가 환경오염과 사회적 논란 야기로 발목이 잡힌 셈이다.
자본 시장에서는 국내 폐기물 업체의 잠재력을 여전히 인정하면서도 클렌코 이슈를 기점으로 업체별 안정성 등 잠재 리스크에 대한 조사가 강화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이슈로 모든 것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면서도 “앞선 사례가 시사하는 부분에 대해 인수 과정에서 회사별 조사가 더 강화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