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에 고민 깊어지는 美 기업들…노동시장 패러다임 변화

일상으로 복귀 시작됐지만 전면출근은 아직
코로나 사태 겪으며 원격근무 체제로 재편
근로자 "주 3회 이상 원격근무 원해" "연봉삭감도 감수"
기업은 소통강화·효율성 재고 위한 방안 골몰
  • 등록 2021-11-22 오후 4:25:21

    수정 2021-11-22 오후 9:10:20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온도는 대략 22도를 유지, 와이파이가 절대 꺼지지 않고, 항상 이야기할 누군가가 있는 ‘마법의 땅’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주 오래된 기억으로 떠올리는 이곳은 2019년에만 해도 ‘사무실’이라고 불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직장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진들이 직원들을 사무실로 유인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표현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지속되는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사무실 근무는 더 이상 직장인들의 기본 업무 조건이 아니게 됐고, ‘뉴 노멀’로 자리 잡은 재택근무를 유지하려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고 치료약이 개발되면서 일상으로의 복귀를 서두르는 분위기지만, 아직 많은 회사에서 전면 출근은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다. (사진= AFP)


일상복귀 한다지만 전면 출근은 아직

겨울철을 맞아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재확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사무실 복귀 여부를 놓고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WSJ는 21일(현지시간) 전했다.

애플과 같은 회사들은 당초 1월로 예정했던 사무실 복귀를 미루고 있는 반면, 또 다른 회사들은 직장 복귀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아마존은 매니저들에게 앞으로 몇 주 안에 그들의 팀과 만날 방법을 찾으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보험사인 올스테이트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에게 그들이 원하면 무기한 원격근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이 사무실 복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코로나 19의 재확산에 대한 건강상의 우려와 직원들이 출근을 원하지 않는 내부적인 요인이 그것이다.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철에는 바이러스의 활동이 활발해질 뿐 아니라, 실내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미국의 경우 일상으로의 복귀를 추진하면서 여행과 모임 등이 정상화되고 있어 변이 바이러스가 재유행 할 위험도 상존한다.

전면 출근을 시행할 경우 이에 반발한 직원들이 퇴사할 가능성도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다. 건강이나 가정사 등을 이유로 출근을 원치 않는 직장인들이 원격근무가 가능한 일자리를 찾아 이직을 하는 사례는 미국에서는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았다. 현재 1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백신 접종 의무화가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 거부를 이유로 퇴사하는 인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AFP)


美 근로자 절반 이상 원격근무 원해…“임금삭감도 감수”

코로나 사태로 인해 불가피하게 시작된 재택 및 원격 근무 시험은 18개월여의 시간을 거치면서 어느새 ‘뉴노멀’로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이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일과 가정을 포함한 개인사에 있어 우선순위를 재조정했다는 것이다.

WSJ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직원 대다수가 일주일에 최소 3일 이상 원격근무를 희망하며, 정규직으로 복귀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USA투데이는 지난달 정규직 근로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노동자의 25%가량이 원격 근무가 불가능할 경우 직장을 그만둘 것이라고 했으며, 최소 50%가 원격 근무를 위해 5%의 임금 삭감을 감수할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의 91%는 집에서 일하는 것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 이상의 생산성을 낸다고 답했다. 오히려 근무 시간은 더 늘었지만(응답자의 55%), △출퇴근 시간 절약 △일가정 양립 △직장내 스트레스 감소 등이 그들이 원격근무를 선호하는 이유다.

케이트 리스터 글로벌워크플레이스애널리틱스 대표는 “우리는 이제 직원들이 하이브리드 환경에서 생산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가 일에 대해서 생각할 때 예전(코로나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사무실 모시기’ 위해 하이브리드 근무 도입·혜택 강조

다만, 여전히 미국 내 많은 기업들은 직원들을 일주일에 며칠 이상은 사무실에 나오기를 원하고 있다고 현지언론들은 입을 모았다. 이에 인력 유출을 막고 직장 복귀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기업에서는 하이브리드(혼합형) 근무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 세일즈포스는 직원별 희망과 업무 성격에 따라 다양한 근무방식을 도입했다. 전 세계 65개 이상의 사무실을 열어 출근을 원하는 직원들에게 업무 공간을 제공하고, 재택근무나 하이브리드 근무도 허용하고 있다.

리바이스 청바지로 유명한 패션업체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지난달 25일 샌프란시스코 본사 사무실 대부분을 개방했다. 다만, 출근 일정은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해 주 2∼3일 정도 사무실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애플은 최근 사무실 복귀 시점을 내년 2월로 연기하면서, 복귀 첫 달에는 직원이 일주일에 1~2일만 나오고 3월부터는 주에 3회 나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출근 시 장점을 피력해야 한다고 WSJ는 짚었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기본적인 방역 수칙 준수는 물론이고 △복장 자율화 △탄력적인 근무시간 △직장내 어린이집 등 육아 보조 △직원들간의 연대감 강화 기회 마련 등을 추천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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