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격탄 맞은 전문대 졸업생…2년새 `쉬었음` 72% 급증

7월 고용동향 분석, 2019년 7월 대비 취업자 6% 감소
실습 중심 특성상 비대면 교육 타격…진학·가사로 밀려
`코로나 학번` 졸업시 고용 부진 심화…교육·훈련 시급
  • 등록 2021-09-13 오후 4:59:07

    수정 2021-09-13 오후 9:25:49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전문대 졸업생들의 고용 여건이 점차 악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채용문 자체가 좁아진데다 대면 실습 중심의 교육 과정이 차질을 빚어 취업 기회를 찾기가 어려운 탓이다. `코로나 학번`으로 불리는 2020년 입학생들이 본격 졸업하는 내년부터는 고용 부진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기술·경험 부족…주변 일거리도 없어

이데일리가 13일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문대(2·3년제) 졸업생(조사연도 기준 최근 2년간) 중 취업자 수는 16만4700여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7월에 기록한 17만5500명보다 6.1% 감소했다.

서울남부고용센터에 취업지원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의 고용 충격이 컸던 지난해 7월(11만 9700명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예년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반면 대학교(4년제) 졸업생 중 취업자수는 2년 전보다 2.5% 증가한 35만 8000명으로 집계됐다. 고용 부진 여파가 상대적으로 전문대 졸업생에게 더 크게 미친 셈이다.

전문대 졸업생 비경제활동인구는 6만 2200명으로 2년 전보다 10.4% 감소했다. 취업을 위한 학원·기관 통학(-57.8%), 군입대 대기(-53.8%)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비경활 중 육아, 가사 등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쉬었음’ 인구의 경우 1만 8700명으로 2년새 72.2%나 증가했다. 같은기간 대학교 졸업생 중 쉬었음 인구의 증가폭(27.1%)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취업 대신 4년제 대학교 등으로 진학을 준비 중인 전문대 졸업생은 3500여명으로 427.8%나 급증했다. 표본이 적기는 하지만 가사를 하고 있다는 전문대 졸업생도 42.0% 늘어난 1700여명으로 조사됐다. 전문 기술을 배운 후 산업 현장에 뛰어들어야 할 청년들이 아예 쉬거나 집안일, 진학 등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취업 전선에서 밀려난 이유는 일자리와 기술의 부족 때문이다. 비경활 상태인 전문대 졸업생 중 직장을 구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가장 많은 20.1%가 ‘교육·기술·경험이 부족해서’라고 응답했다. 진학을 준비하는 전문대 졸업생 중 무응답(51.2%)를 제외한 나머지(48.8%)는 모두 ‘전공·경력에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전문대 교육과정과 실제 채용시장 간 미스 매치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양질 일자리 만들려면 기술 교육 적극 지원”

실속 있는 교육을 받지 못함에 따른 학업 성취도 저하 이슈는 초·중·고 뿐만 아니라 대학가에서도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고 있다. 대면 강의의 비대면 전환에 따른 교육의 질 하락 등을 이유로 등록금 일부를 환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입학한 전문대학생은 심각한 경우 학교 강의실에 한 번도 가지 못한 채 당장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상황이다. 전문대 2학년은 실습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원활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한 채 취업 전선에 내몰릴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도 전문대생 등 청년 고용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지난 7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코로나 학번이라는 말을 들어봤나. 2021년 청년일자리 인식실태조사에서 10명 중 8명 이상이 체감하는 청년 고용률은 40%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부겸 국무총리는 “입학하고도 학교에 한 번 못가고 친구 얼굴도 모른 채 전문대생 같으면 졸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는 청년들이 일자리 찾기 전 훈련할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은 필요 인력을 확보할 윈윈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다음 날인 8일 국회에 출석, “민간에서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저희가 추구하는 내용”이라며 “정책 지원이나 민간 일자리 경험·훈련 등 일자리를 만들어낼 환경 조성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래 경제를 책임질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교육과 훈련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습 교육 중심의 전문대에서 1~2년간 교육 공백은 이후 고용에 10년 이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중요한 사항”이라며 “메타버스 등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이 가속화 하는 만큼 민간 교육기관을 통해 기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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