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불발된 현대증권 매각의 교훈

  • 등록 2015-10-21 오후 5:30:03

    수정 2015-10-21 오후 5:30:03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현대증권(003450) 매각 불발의 원인을 되짚어보면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의혹이 파킹딜(Parking Deal)이다. 향후 현대상선이 경영권을 되찾아올 수 있는 우선매수권과 콜옵션이 단서로 달리면서 현대그룹이 사모투자펀드(PEF) 오릭스PE(프라이빗 에퀴티)에 잠시 맡겨두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금융당국의 법적 검토 결과, 파킹딜이 아니라는 결론에 가까웠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아니 뗀 굴뚝에 연기나랴`는 식의 막연한 의심 이상의 합리적 의혹을 살만한 단서는 충분했다. 현대상선이 2000억원을 오릭스PE가 현대증권 인수를 위해 조성하는 펀드에 투자하면서 기타 출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취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오릭스가 우선매수권의 반대급부로 유리한 딜 구조를 짤 수 있었다는 것은 이 딜에 정통한 관계자들이 내리는 대체적 평이다.

여기에 딜 구조와는 별개로 반일정서가 맞물리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급기야 야쿠자 자금 연루설 등 악성 루머로까지 확산됐다. 추후 시장 매각을 염두에 뒀을때 이같은 의혹들은 치명적이면서 또 치유하기 힘든 꼬리표가 될 수 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보자. 애초 비아냥의 손 끝은 현대그룹에도 향해있었다. 한국 땅에서 일본 자금으로 영업을 해야하는 오릭스PE는 딜 파기에 따른 멍에를 모두 짊어져야하는 숙명을 안고가야 하는 반면 현대그룹은 마치 피해자에 가까워 보이는 형국이다. 이는 현대그룹이 우선매수권을 요구한데 따른 딜 구조라는 점에서 납득하기 힘들다.

현대그룹은 자구계획 이행을 전제로 산업은행에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막상 자금 지원을 받자 현대증권을 시장에 내놓겠다는 용단은 점점 희미해져갔다. 산업은행 반대를 무릅쓰고 우선매수권을 전제로 딜을 진행했다. 산업은행은 매각주관사로 참여하면서도 딜 진행 과정에서 배제됐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이끈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실패 역시 오너십 집착이 부른 참사로 평가된다. 애초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에 우선매수권이 없이 시장 매각을 진행했더라면 헐값에 경영권을 내주지 않아도 됐을지 모른다. 결국 충분한 자금 수혈을 받지못해 동부건설·제철 등 핵심 계열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오너십 집착은 기업의 생존 목적에는 해(害)가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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