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리턴'에 단단히 발목잡힌 대한항공 주가

低유가 수혜 기대감에도 제자리걸음
증권가 "더올라야할 주가 묶여있어"
아시아나항공 고공행진과 대조적
보수적 평가해온 신평사도 '예의주시'
  • 등록 2014-12-15 오후 4:07:46

    수정 2014-12-15 오후 4:11:41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유가급락 수혜로 더 오를 수 있는 주가가 발목 잡히고 있다.”(A증권사 애널리스트)

“오너리스크는 2차 파급이 중요하다. 예의주시하고 있다.”(B신평사 애널리스트)

이른바 ‘대한항공 땅콩리턴’ 파동이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여의도 증권가가 내놓은 공식보고서는 아직까지 없다. ‘오너 리스크’는 워낙 민감한 소재이고, 이번 사태가 회사의 실적과 재무상황에 어떻게 반영될지 분석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일단 ‘땅콩리턴’ 파동 이후 대한항공의 주가흐름은 사회적 파장과는 무관하게 평온한 듯 보인다. 사건 발생 이후 15일까지 6거래일 동안 대한항공(003490)의 주가는 9.3% 올랐다. 같은기간 코스피지수가 3.3% 빠진 것을 비교하면 꽤나 선방한 수치다.

하지만 동종업계 주가 흐름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주가는 같은기간 5거래일 연속 상승마감하는 등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24.4% 올랐다. 이 기간 대한항공은 52주 신저가를, 아시아나항공은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두 회사의 주가를 단순비교하기에는 유동성 등 감안해야 할 변수가 많지만, 유가급락 호재가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동종업종 주식의 상승률 차이가 두 배가 넘는다는 것은 한쪽은 더 오를 수 있었는데 덜 올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항공업종을 오랫동안 분석해온 A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익명을 전제로 “땅콩리턴 사건이 알려진 초반에는 유가급락에 따른 영업실적 수혜가 더 부각되면서 주가 영향이 미미한듯 했지만, 갈수록 조현아 전 부사장의 폭행·폭언 의혹이 증폭되면서 증시에서도 심리적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라며 “결국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유가급락이라는 호재를 살리지 못하고 발목잡히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도 “이번 사태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더 올라야 할 주가가 묶여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유가급락 수혜 기대감에 보조를 맞춰 대한항공도 지난 5일 이후 아시아나항공과 유사한 주가흐름을 보였다면, 시가총액은 지금보다 4000억원 가량 늘어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가하락 못지 않게 주가를 ‘묶어두는’ 재료 역시 악재다.

보수적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신용평가업계도 이번 사태 파장을 조심스레 관찰하는 모습이다. 올해 신평업계는 계열사 한진해운 지원부담 등을 반영, 대한항공의 기업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내린 바 있다. 신평업계는 땅콩리턴 파동이 당장 실적이나 재무상황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는 “땅콩리턴 사건이 현 상황에서 신용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오너리스크의 특성상 당장 영향은 없더라도 계속 쌓이다 보면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신평사 애널리스트는 “이번 건은 오너 자녀의 개인 자질문제이기 때문에 대한항공이 그동안 쌓아온 영업력이 한꺼번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조현아 전 부사장이 담당해온 호텔·레저 사업분야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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