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서 펼치는 한국공예 '손맛'

이강효 분청사기(사진=KCDF)

[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한국공예의 진정한 손맛이 펼쳐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KCDF)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8~13일까지 6일간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전시관에서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4’를 주제로 다양한 전통공예작품을 선보인다.

한국공예전이 열리는 트리엔날레 디자인전시관은 밀라노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곳으로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장소로 손꼽힌다.

이번 전시에서는 금속·나전·도자·섬유·한지 등 한국 전통공예 5개 분야의 공예장인 21인의 작품 174점을 선보인다. 기능성과 디자인을 겸비한 예술적 측면에서 현대디자인에 손색없는 작품들이다.

도자공예 분야에서는 이강효 작가의 분청사기와 이기조 작가의 백자 작품들이 전시된다. 소박하면서도 기하학적인 분청과 감각적이고 구조적인 백자가 표현하는 한국 전통 도자의 오늘을 만날 수 있다.

한지 분야에서는 삼층지장을 소개한다. 중요무형문화재 박명배 장인이 한지장의 골격을 이루는 목공 작업을, 한경화 장인이 한지 배첩을 각각 맡았다. 한지를 꼬아 만든 김은혜 작가의 지승 그릇과 강성희 작가의 지승 매판, 지승 동구리는 한지의 또 다른 모습이다.

섬유공예 분야에서는 김효중 침선장을 비롯한 9인의 한산모시 장인이 함께 만든 한산모시 조각보 작품을 전시한다. 대형 설치 조각보에서 손바느질로 만든 소형 조각보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조각보 100장이 전시장 가득히 드리워진다.

김효중 등 9인의 한산모시조각보(사진=KCDF)

금속공예 분야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이봉주 장인의 방짜유기 좌종 작품을 출품한다. 좌종이란 범종에 비해 규모가 작은 앉은뱅이 종으로 승가에서 사용하는 악기의 일종이다. 타종 시 울려나오는 웅장하면서도 여운이 긴 소리는 오랜 놋쇠 수공의 결과다.

마지막으로 나전칠기 분야에서는 임병시 작가가 뼈대인 백골을 만들고 황삼용 작가가 나전을 하나하나 끊는 기법인 끊음질로 만든 커다란 조약돌 모양의 스툴이 소개된다. 정창호 작가의 나전건칠과반도 조약돌 스툴과 같은 끊음질을 활용했다.

올해 전시는 작년보다 참여작가와 출품작 규모가 커졌다. 전통적이면서도 자연친화적인 소재를 활용한 작품들이 한국공예의 절제미와 단순미를 드러내는 현대적인 콘텐츠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세계적인 평론가인 질로 도르플레스가 평론을 더해 관심이 더 높아졌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시기획을 맡은 손혜원 예술감독은 “작년에는 한지를 만드는 분, 옻칠을 하는 분 등 한국공예의 기능적 측면에서 맛보기였다면 올해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준비했다”면서 “한국에도 굿 디자인이 있다는 걸 밀라노 한복판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전시 제목처럼 지킬 것은 지키되 앞으로 나아가는 것, 재료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