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면세품 국내 유통, 빗장은 풀렸지만 넘어야 할 산 많다

업계 "재고 소진 도움" 기대…브랜드 설득 과제 남아
세금 부과 정도에 따라 가격 경쟁력 떨어질 수도
"관세청도 처음 하는 일…실제 유통까지 1~2개월 걸릴 것"
  • 등록 2020-04-29 오후 1:13:12

    수정 2020-04-29 오후 1:13:12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이 평소에 비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코로나19로 인한 여행객 급감으로 위기에 직면한 면세점들을 위해 관세청이 재고 면세품의 국내 유통을 허용키로 했다. 악성 재고 소진을 위한 요청을 수용한 것인 만큼 일단 면세점 업계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다만 면세품의 국내 유통은 전례 없는 상황인만큼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다. 면세 가격 판매가 아니라 세금이 붙게 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와 명품 브랜드에 대한 설득 등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면세업계에서는 관세청의 결정에 일단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다. 관광객이 줄어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재고 상품 판매로 영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면세업체 관계자는 “국내 면세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이해해줘서 감사하다”며 “내수 유통이 구체화한다면 면세점에서 보유하고 있는 재고 소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재고 소진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판매가격 설정 문제다. 이번 결정에 따라 국내에 유통될 재고 물품은 면세가로 판매되지 않는다. 정식 수입통관 절차를 거쳐 유통되기 때문이다. 관건은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포함한 실질적인 가격이다.

면세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이유는 다른 곳보다 좀 더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재고 소진에 나서더라도 아웃렛 할인가 등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실질적인 재고소진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유통이 허용된 상품이 6개월 이상의 장기 재고이므로 신상품으로 들여왔던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기보다 감가상각에 따른 현재 가치에 세금을 적용해야 실질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관세청은 재고물품의 감가상각률에 대한 별도의 기준은 없으며 관세법에서 정한 결정 방법에 따라 과세가격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명품 브랜드에 대한 설득도 중요한 과정이다. 면세점들이 재고의 원인인 직매입을 실시하고 있는 이유는 원가 절감 등도 있지만 사실상 명품 브랜드들의 의중에 따른 것일 정도로 명품 브랜드의 콧대는 높다.

주요 글로벌 브랜드들이 지역별, 채널별 가격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결정을 이유로 면세 물품을 국내 유통하고, 가격 역시 유동적으로 결정하는 데 브랜드들이 동의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자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이 이번에 풀리는 면세점 재고 물품을 구매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청도 면세 물품에 대한 국내 판매를 해본 적이 없으므로 새로운 가격 책정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이 밖의 문제들을 해소하는데 빨라도 한 달, 늦으면 두 달 이상도 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관세청은 이날 재고 면세품을 수입 통관한 뒤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6개월 이상 장기재고만 허용하고 면세품의 국내유통을 위해서는 일반적인 수입물품과 동일하게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관세청은 면세점 재고 물품은 수입통관 이후 유통업체를 통해 아웃렛 등에서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이번 조치로 면세점이 과다 보유하고 있는 장기재고의 20% 소진을 가정할 경우 추가적로 약 1600억원의 유동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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