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국내 화학섬유 기반 전통의 라이벌 효성과 코오롱이 과거 나일론 전쟁 이후 28년 만에 정면 충돌할 조짐이 보인다. 화학·섬유·무역 등 사업부문 80%가 일치해 경쟁 관계인 양사가 이번에는 첨단소재 분야에서 소송으로 맞부딪쳤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내외 영업환경 악화로 신성장동력 육성이 시급해지자 갈등이 불거진 것으로 분석된다.
| 타이어 내부 구조도.(사진=효성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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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달 28일 효성첨단소재를 상대로 하이브리드타이어코드(HTC)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HTC는 아라마이드와 나일론을 활용해 만든 타이어코드로, 효성첨단소재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HTC 기술을 따라 제품을 생산했다는 게 소송의 골자다. HTC는 기존 제품 대비 마모성이 뛰어나 중량이 많이 나가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앞으로 수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특허권 침해 행위가 발생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효성첨단소재 관계자는 “소장을 송달받고 구체적인 사항을 확인한 후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양사는 지난 1996년 이른바 ‘나일론 전쟁’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나일론을 주력으로 생산하던 두 그룹은 나일론 원료 생산업체 ‘카프로’의 지분을 매입하며 경쟁했다. 이 과정에서 두 회사는 지분 매입의 적법성을 놓고 검찰 고발까지 하는 충돌을 빚었다. 이후 두 그룹은 2000년대 중후반까지도 크고 작은 신경전을 벌이며 갈등을 일으켰다.
HTC를 둘러싼 이번 소송은 나일론 전쟁 발발 이후 28년 만으로 효성 측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과거처럼 난타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효성첨단소재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글로벌 타이어코드 시장에서 각각 51%, 15%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소송이 벌어진 미국은 두 업체 모두에게 결코 놓칠 수 없는 핵심 시장이다.
두 업체의 실적이 최근 악화한 것도 갈등을 부추기는 요소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172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 대비 실적이 45.3% 감소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전년 대비 35% 줄어든 157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