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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리퍼블릭의 파산은 총 자산 규모 기준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은행의 파산이면서, 은행업계에서 성공적인 전략 중 하나로 여겨졌던 부유층 집중 전략의 종말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현지시간) 평가했다.
앞서 붕괴한 SVB와 시그니처은행이 각각 보유 국채 자산 가치의 급락과 암호화폐 위험 전이로 붕괴한 것과는 또 다른 이유다. 근본적으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트리거가 되긴 했으나 직접적인 파산 원인은 모두 달랐던 셈이다.
연준이 긴축으로 돌아서기 전인 2021년까지 10년간 이 은행의 연간 수익은 4배로 증가하며 미국 20대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일부 지표에서는 미 1·2위 은행인 JP모건 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보다도 낫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WSJ은 덧붙였다. 심지어 이들 은행은 퍼스트리퍼블릭의 전략을 따라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이같은 부유층 대상 장기 저금리 대출은 커다란 부담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대출의 절반 이상이 평균 금리 2.89%의 주택담보대출이었는데, 금리 상승으로 시장 가치는 220억달러(약 29조5000억원) 줄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SVB 파산으로 은행권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퍼스트리퍼블릭의 부유층 고객들은 이 은행의 건전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작년 말 기준 퍼스트리퍼블릭이 유치한 예금 1764억달러 중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예금 보호 한도액(25만달러)을 초과하는 자금은 68%에 달한다. 은행이 망할 경우 자산을 보호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는 결국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으로 이어졌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퍼스트리퍼블릭의 총예금은 1045억달러(약 140조2400억원)로, 직전 분기 대비 40.8% 급감했다.
퍼스트리퍼블릭 자산의 92%에 달하는 예금이 썰물 빠지듯 이탈하자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결국 JP모건에 넘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