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조문 둘째날인 12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가 빈소를 찾았다.
이 씨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이 여사의 빈소를 찾아 영정 앞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조문을 마친 이 씨는 유족 가운데 고인의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과 짧은 대화를 했고 다른 유가족과는 인사만 나눴다.
|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12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를 조문한 뒤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 삼남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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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남편인 김 전 대통령은 이 씨의 남편인 전 전 대통령과 ‘사형’이라는 악연이 있다.
전두환 신군부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해 1980년 5월 김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언도한 과거가 있기 때문.
사형 선고를 받은 남편의 석방을 청원하기 위해 이 여사는 당시 전 대통령을 찾아가 설득하기도 했다. 이 여사는 지난 2011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두환을 만나) 빨리 석방되도록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자기 혼자서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장남인 고(故) 김홍일 전 의원도 중앙정보부에 끌려가면서, 당시 이 여사는 남편과 아들의 수의를 짓는 엄혹한 시간을 보내야했다.
|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12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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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전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면복권했다. 이 여사도 김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부터 전 전 대통령 내외에게 생일이나 명절 선물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씨는 자서전을 통해 이 여사에 대한 존경을 나타낸 바 있다.
그는 “김 전 대통령 영부인 이 여사에 대한 내 존경심도 깊다”며 “김 전 대통령 재임 중 이 여사는 매년 설, 추석, 그리고 그분의 생신과 내 생일에 선물을 보내 축하하는 일을 단 한 번도 잊지 않으셨고 올해까지 그 진심 어린 정성과 예는 계속되고 있다”고 적었다.
자서전 출간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우리가 제일 편안하게 살았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