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최근 수출 부진 원인 진단과 대응 방향’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이 주요국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출산업의 기반을 강화하려면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한편, 각종 규제를 개혁해 국내 기업 환경을 해외 선진국 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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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는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 현상이 다른 수출 주요국보다 더 심각하다고 못 박았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지난해 4분기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해, 중국(-6.9%)·일본(-4.6%)·독일(-1.9%) 등 수출 주요국들보다 하락 폭이 컸다. 지난달 국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6% 감소해 낙폭이 더욱 커졌다.
무역협회는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 감소가 전반적인 국내 수출 부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지난 1월 국내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4.5%(60억달러) 줄면서 총수출 감소액의 52.4%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디스플레이(-36.0%) △철강(-25.9%) △석유화학(-25.0%) 등의 부진도 심각했다.
정 부회장은 “우리나라의 중간재 위주 수출 구조는 과거 경제 위기마다 세계 교역 흐름보다 큰 폭으로 등락해온 만큼 올해도 대외여건 변화에 따라 탄력적인 회복세를 나타낼 전망”이라면서도 “무엇보다도 중장기적으로 수출 기반이 약화하면서 미래 수출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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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무역협회는 국내 수출산업 기반이 약화하고 있는 상황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지난 2017년 3.2%를 넘었던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2019년 이후 2%대로 떨어져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경기 변동 요인은 경기 회복 시 극복될 수 있지만, 수출산업의 기반 약화는 단기간 극복할 수 없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 대비 국내 제조업의 해외 투자 규모는 지난 2013~2017년 동안 2배 정도에 불과했지만, 2021년 6.2배, 2022년 1~3분기 8.3배로 급증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 국가가 보조금을 확대하는 등 자국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국내 수출산업의 경쟁력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게 무역협회의 주장이다.
이에 무역협회는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과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현재 영업이익으로 이자 부담도 어려워하는 기업이 42%에 달하는데, 경기 변동에서 수출기업이 희생되지 않도록 금융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기 회복 전후 생산이 시장 상황에 맞춰 충분히 이뤄지도록 노동유연성도 높여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또 “새로운 규제를 하나 도입할 때 기존 규제 둘을 폐지하는 ‘원 인, 투 아웃 룰’ 등을 조속하게 도입하고, 의원의 과잉 입법 방지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론 출산율 저하로 국내 중장기 노동력 급감이 예상되는 만큼 출산율 반등을 위한 선진국 수준의 인구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